
국내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IPTV) 3사(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가 공동 조성하는 ‘IPTV 전략펀드’가 운용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콘텐츠 시장을 점령한 탓에 IPTV만을 테마로 투자 유치를 하는 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IPTV 협회는 연내 운용사 선정을 마치겠다고 공언했지만,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펀드를 위탁 운용할 운용사가 나타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13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 2월로 예정된 IPTV 전략펀드 조성을 위한 운용사 선정이 투자 불확실성으로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고 있다.
해당 펀드는 IPTV 서비스를 위한 방송·영상 콘텐츠에 투자될 예정이었다. IPTV 3사가 별도로 조성하는 펀드로 각사가 100억원씩 출자해 운용을 통해 400억원 이상 조성을 목표로 결성됐었다.
콘텐츠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IPTV라는 특정 테마가 담긴 구조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최근 글로벌 OTT 플랫폼이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금융투자업계는 IPTV만을 테마로 한 투자가 시장성·수익성 측면에서 민간 자본을 끌어오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 IPTV 서비스에 한정된 투자처, 오리지널 지식재산(IP) 확보라는 전략적 목적이 뚜렷하다"면서 "콘텐츠 분야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고 경기 불안도 있다. OTT 시대에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IPTV용 방송·영상 콘텐츠 펀드 운용 및 조성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미디어·콘텐츠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도 운용사 선정 난항의 배경으로 꼽힌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제작비 상승 등으로 민간 자본의 유입이 최근 줄어들고 있다. 운용사들은 대규모 자금 집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계획했던 6000억원 규모 K-콘텐츠 펀드도 아직 목표액을 모두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28년까지 1조원대 규모의 전략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2000억원 모집에 그쳤다.
투자업계에서는 IPTV 전략펀드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IPTV 협회 관계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재 각 사별로 펀드 추진을 하고 있다"면서 "생각보다 속도가 더뎌 아직은 운용사 선정이 안 됐지만, 연내에는 꼭 추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 IPTV 업계 관계자도 "콘텐츠 투자 시장 자체가 침체됐다고 볼 수 없다"며 "연초에는 탄핵 정국 이슈가 있어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쳐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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