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서울 마포구 보건소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내 백신 1호 접종’ 논란을 의식한 듯 자신의 접종 시기는 언제인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향해 이같이 물었다. 정 청장은 “순서가 좀 늦게 오시길”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별도의 접종 1호를 지정하지 않았다.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계획’에 따라 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전국의 65세 미만 요양병원·요양시설·정신요양·재활시설 종사자와 입원·입소자를 대상으로 이날 오전 9시부터 AZ 백신 접종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작됐다.
정 청장은 “코로나19의 고위험군이신 어르신들이 주로 집단생활을 하시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해서 가장 먼저 예방접종을 시작한다”면서 “현재 요양병원은 1657개, 노인요양시설은 4000여개를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예방접종은 자발적인 동의 기반으로 예방접종을 시행을 하는데 요양병원은 93%, 요양시설은 96% 정도의 수준으로 예방접종에 동의를 해 주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만 65세 미만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약 29만명)에게 접종되는 백신은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위탁생산 된 AZ 백신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안동 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오상철 마포구 보건소장의 설명을 들으며 접종자들의 이동 동선대로 현장을 둘러봤다. 백신 접종은 △접종자 등록·대기 △예진 및 백신 준비 △접종 △이상반응 관찰실 입장 △집중 관찰실 입장 순으로 이뤄진다.
문 대통령은 예진실에 입장해 “만약에 체온이 높다든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든지 하면 다음에 접종할 날짜를 다시 지정해 줍니까”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김선희 예진의사는 “가벼운 설사나 감기 정도는 접종 가능하다”면서 “37도 5부 이상 열이 나고 급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조금 연기해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마포구 보건소에서 접종하는 국민을 맞이하기 위해 접종실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접종을 준비하고 있는 간호사를 향해 “드디어 1호 접종을 하시겠네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간호사는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접종 후 부작용을 확인하는 이상반응관찰실도 둘러봤다. 정 청장은 “타이머도 준비해서 15~30분을 관찰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혹시라도 증상이 더 심한 경우에는 키트를 이용해서 응급 처치를 하고, 바깥에 있는 앰뷸런스를 이용해서 가장 가까운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집에 가서라도 만약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또 연락을 (하나)”라고 물었고, 오 소장은 “네. 집에 있는 경우에는 119나 저희 보건소로 연락하면 저희가 대처를 한다”고 답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집중관찰실과 약품보관실, 접종실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이 마포구 보건소 1호 접종자를 기다리며 정 청장을 향해 “우리 청장님은 언제 순서가 오세요”라고 묻자 정 청장은 “저희는 코로나 1차 대응요원들 이번에 같이 진행하게 된다”고 했다.
정 청장은 “현재 역학조사관들, 검역관들,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그런 종사자들이 1차 대응요원으로 접종을 시작해서 질병관리청도 일정을 잡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마포구 보건소 1·2호 접종자의 접종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앞서 예진을 마친 김윤태(60) 넥슨어린이재활병원장이 접종실로 들어오자 반갑게 웃으며 “안녕하십니까, 역사적인 1호 접종이신데 제가 좀 지켜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윤태 의사는 “영광입니다”라며 외투를 벗고 자리에 착석한 뒤 간호사에게 “안 아프게 놔 주세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보건소 직원은 “약간 따끔하다”는 신호를 주고 김 원장의 왼쪽 팔에 백신을 접종했다.
그러자 간호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이를 들은 문 대통령은 웃으며 “아니, 의사 선생님이신데”라고 웃음을 지었다. 정 청장도 “누구나 다 아프지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호 접종자인 이정선(30)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작업치료사의 백신 접종도 참관했다.
문 대통령은 접종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고 백신 접종 후기를 물었다. 문 대통령이 “주사 맞아 보시니까 우리 일반 독감 백신 접종 맞을 때하고 좀 다른 점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김 원장은 “저는 다른 점을 특별히 못 느꼈다”며 “주사 들어오는 것 아픈지 몰랐어서 저희 병원에서 독감 예방 주사를 참 잘 놓는다 생각했는데, 오늘 마포구 보건소에 와서 맞아보니까 똑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 현장을 점검한 후 자신의 SNS에 “국민들께 일상 회복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전해드린다”고 후기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접종 대상자들의 접종 희망률이 매우 높고 접종 계획이 잘 준비돼 있어서 차질 없이 빠른 접종이 이뤄질 것”이라며 “현장의 백신 관리와 보관, 접종 과정은 모든 국민께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접종 이후의 사후 관리도 안심이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포구 보건소에서 만난 피접종자들과 보건소 관계자 등을 언급, “노인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그리고 코로나 치료 의료진의 안전이 코로나 극복을 앞당길 것”이라면서 “함께 회복하고 도약하는 봄이 다가왔다. 하지만 접종과 별도로 조금만 더 방역의 끈을 팽팽하게 당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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