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1200만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현재 가격은 5000만원을 넘는다. 3000만원 선까지 올랐던 2017년 말 '1차 광풍' 때와 비교해도 비트코인 몸값은 두 배가량 뛰었다.
1차 광풍 때 가격이 폭락한 전례가 있음에도 투자자들이 다시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영향이 가장 크다. 여기에 '개미'뿐 아니라 기관들도 비트코인을 사들이며 투자 열풍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수록 '거품' 논란 역시 커지고 있다. 주요국들이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 가상자산 시장은 가격이 급등한 만큼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코로나發 유동성 공급··· 천장 뚫은 비트코인
1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낮 12시 기준 5325만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자정 가격은 3159만원이었다. 올해 들어서만 69%(2166만원) 급등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한 지난해 3월 16일(639만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733%(4686만원) 폭등했다.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이 지금처럼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그해 5월 비트코인 수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맞았으나, 비트코인 가격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공급이 절반이 되면 가격은 올라야 하지만 오히려 하락장을 연출하기도 했다.
'큰손' 매입 나서자 가격 급등
'큰손'의 합류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0월 전 세계 3억50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지급결제 기업 페이팔이 비트코인 결제 지원 계획을 밝히자, 비트코인은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하면서 상승장을 이끌었다.그간 비트코인 거래를 인정하지 않았던 금융사들도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하고 나섰다. 라즈 다모다란 마스터카드 부사장은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수 발표 직후인 지난 2월 11일 자사 블로그에 "올해 안에 가상자산 결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BNY 멜론)은 가상자산 보유·이전·발행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에선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고 출시됐다. 비트코인 ETF인 'Purpose Bitcoin ETF(BTCC)'는 최근 토론토증권거래소에서 1주일 만에 6억 달러(약 67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주목을 받았다.
시중금리 상승세··· 비트코인에 영향 주나
이처럼 이번 비트코인 열풍은 2017년 때와 달리 '합당한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점치는 전망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수록 '거품' 논란도 커지는 양상이다.특히 시장은 최근 시중금리를 주목하고 있다. 금리가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서면 중앙은행이 유동성 회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넘치는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성장한 비트코인으로선 유동성 회수가 가격 하락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모습은 지난주 가상자산 시장에서 관측됐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연 1.391%에 마감했지만, 장 중에는 1.503%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앞선 22일 1.37% 선을 넘어서며 지난해 2월 말 이후 기록한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웠다. 이 영향으로 지난주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고, 비트코인 역시 가격이 급락했다.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지난달 22일까지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23일부터 1일 현재까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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