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가 중국과 미국·유럽연합(EU) 간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최근 중국 수뇌부의 잇단 신장 방문에 눈길이 쏠린다.
서방 측의 거센 비판에도 중국은 신장을 더 강하게 옥죄고 역사·언어·종교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양측의 공방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5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자오커즈(趙克志) 중국 공안부장은 19~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시찰했다.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한창일 때 신장을 방문한 셈이다.
자오 부장은 신장생산건설병단을 비롯해 경찰서와 구치소, 특수경찰 훈련소 등을 돌며 반테러 업무를 점검했다.
중국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주로 신장 내 분리주의 세력이다.
자오 부장은 "현재 반테러 투쟁에 닥친 위험과 도전을 분명히 알고 위기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며 "엄격한 단속과 고강도 압박을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신장으로 중국을 제압하고 테러로 중국을 저지하려는 시도를 분쇄해야 한다"고도 했다.
주목할 부분은 EU가 신장 인권 탄압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제재한 왕밍산(王明山) 신장 정법위원회 서기와 천밍궈(陳明國) 공안청 청장 등이 자오 부장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의 제재 명단에도 포함된 인물이다.
EU가 제재안을 발표한 22일(현지시간)은 자오 부장 일행이 신장에 머물고 있을 때다. 미국과 EU의 압박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행보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자오 부장에 앞서 지난 14~17일에는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신장을 찾았다.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협)가 끝난 직후다. 왕 주석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신장업무조정소조 조장도 겸임하고 있다.
왕 주석이 이끈 시찰단은 4개 조로 나뉘어 우루무치와 카스, 투루판, 하미 등의 도시를 돌며 관료와 학자, 종교계 인사, 일반 대중을 두루 접촉했다.
왕 주석은 일반 위구르족 가정을 방문하는 등 친서민 행보를 보였지만, 현지에서 발신한 메시지는 심상치 않다.
그는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중심으로 민족 업무를 수행하며 신장 지역의 역사 연구를 심화해야 한다"며 "각 민족이 원하는 국가 공용어와 문자 교육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당의 종교·신앙 자유 정책을 관철해 종교의 중국화 방향을 견지하고 신장의 이슬람교가 사회주의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신장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공세가 거세지자 중국 수뇌부가 직접 달려가 사전 정지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방측의 비판에도 신장에 대한 통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홍콩 명보도 "중국 고위층의 이 같은 행보는 신장에 잠복한 리스크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게 아니다"라며 "공산당이 (신장을 옥죄기 위한) 조건을 미리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장 문제는 당분간 중국과 미국·EU가 격돌하는 주요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EU의 제재 조치에 중국도 즉각 EU 의회 의원 등 개인 10명과 단체 4곳을 보복 제재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극적으로 타결됐던 중·EU 간 투자협정이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신장을 둘러싼 갈등은 민간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이 신장산 면화 구매를 중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중국 소비자들은 H&M을 비롯해 나이키, 아디다스, 유니클로 등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보이콧 운동에 돌입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과 서방측의 공방전에서 신장이 이른바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며 "여기에 중국인들이 과도한 애국주의를 표출하고 있어 다른 나라 국민들과의 감정 싸움이 격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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