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사재 털어 만든 공익법인, 사회 ‘숨은 밀알’ 역할 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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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21-04-0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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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은 대부분 총수 오너 일가가 출연한 사재로 공익법인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기업가의 재산을 자연스럽게 사회에 환원하고, 장학사업 등 공익활동으로 사회 발전과 인재 양성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사회공헌은 단시간에 성과를 낼 수 없기에, 장기간 선행을 이어온 공익법인은 우리 사회의 '숨은 밀알'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공익법인과 총수일가 간의 내부거래가 빈번히 일어나거나 출연 재산을 공익 목적에 사용하지 않는 등 공공의 이익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3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181개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법인은 64개, 보유하지 않은 법인은 117개다. 

주요 대기업 중 삼성그룹은 △삼성문화재단 △미래기술육성재단 등 14개 공익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정몽구재단 △현대차미소금융재단 등 5개, SK그룹은 △한국고등교육재단 △행복나눔재단 등 17개, LG그룹은 △엘지연암문화재단 △엘지복지재단 등 7개 공익법인이 있다.

대기업집단에 소속돼 있다 보니 사정기관에서 이들을 들여다보는 잣대는 그 어느 곳보다 세밀하다.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에 포함된 공익법인들 역시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서 편법·불법으로 운영되지 않는지를 세밀하게 검증하기 위함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장학재단인 ‘삼성꿈장학재단’은 2006년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사회에 헌납한 8000억원을 재원으로 설립됐다. 당시 이 회장은 일명 ‘삼성X파일’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 자신의 재산을 출연했다.

다만 재단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으면서 재단은 2009년 삼성과의 특수관계에서 제외됐다. 삼성 소속은 아니지만 삼성SDS가 지분 3.9%를 갖고 있고, 삼성전자가 2018년부터 매년 약 11억원을 출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순 기부만 하고 있고,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재단은 한국경제연구원장,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 등을 지낸 노성태 이사장이 맡고 있다. 주요 사업은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지원해 주는 ‘멘토링 꿈장학사업’과 꿈장학 출신 대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리더육성 장학사업’이다. 지난해 장학 사업 규모는 36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출연한 약 8500억원의 사재를 기반으로 2007년 설립됐다. 정 명예회장 역시 2006년 비자금 조성 문제가 불거지자 사회 공헌 일환으로 재단을 설립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후 8년에 걸쳐 글로비스와 이노션 주식을 출연했고, 재단은 현재 글로비스 지분 4.46%, 이노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재단은 ‘온드림’이라는 브랜드로 미래인재 양성, 소외계층 지원, 문화예술 진흥 분야에서 공익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에게는 등록금을, 외국인 근로자‧다문화가정‧저소득층 환아 등에겐 진료비 등을 지원한다.

DB그룹은 1988년 김준기 전 회장의 뜻에 따라 DB김준기문화재단(동부문화재단)을 설립해 3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재단의 기초자산이 되는 지분의 대부분을 출연했다. 계열사인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은 각각 현금 10억원, 4억원을 출연했다.

재단은 DB손해보험 지분 5.59%와 DB아이앤씨(Inc.) 지분 4.53%를 보유하고 있다. DB아이앤씨는 DB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지난 30일 김 전 회장을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했다.

현재 재단 이사장은 이근영 전 DB그룹 회장이다. 이 이사장은 관료 출신으로 금융감독원장을 지내고 2008년 동부생명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2017년 김 전 회장이 물러난 뒤 그룹 회장을 맡았다.

재단은 국내 대학생을 비롯해 베트남‧라오스 등 아시아권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금융경제 공모전, 기업현장 체험 캠프, 장학생 봉사단 운영을 통해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DB그룹 관계자는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공익사업의 기초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회사에 이윤이 나면 연속적으로 사회에 환원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꿈장학재단이 2019년 호암교수회관에서 대학희망장학 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사진=삼성꿈장학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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