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활용한 '문재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역시 문 대통령과의 친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친문(親文)'세력 결집을 꾀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시작으로 현 정부 심판론이 고개를 드는 등 민심이 요동치자 박 후보의 선거 전략도 달라졌다. 선거일이 임박해오면서 박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친문'을 강조한 '문재인 마케팅'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①박영선은 친문? 비문?...과거 발언 살펴보니 '원조 친문' 강조
당내 경선 과정에 참여했던 박 후보는 당시 자신을 '원조 친문'이라고 표현하며 구애 작전을 펼쳤다.지난 1월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문재인 대통령님 생신, 많이 많이 축하드린다"라며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50% 비율을 차지하는 권리당원 투표의 핵심인 친문 당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2007년에 알게 된 건데,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이) 어느 날 제 방을 오셨다. 오시더니 '박영선 의원 방입니까? 금산분리법 자료를 좀 구할 수 있습니까?'라고 했다"며 "그래서 그 자료를 드렸다. 문 대통령 회고록 보면 제 이야기가 좀 나온다. 제가 원조 친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후보는 당내에서 '비문(非文)'으로 분류됐던 것과 관련해 일화를 소개하며 '친문'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2012년 대선) 마지막에 약간 갈등이 있었다. 그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의견을 안 들어줬다. 그래서 삐졌다"며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이후 2017년 4월,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모든 갈등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때 자신을 '비문'으로 인식했던 시선을 불식하고 완전한 '친문'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②재보선 코앞에 두고 갑자기 '친문' 색깔 뺀 박영선, 왜?
재보선을 목전에 둔 가운데 박 후보는 연일 현 정부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파동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셋값 논란 등으로 토라진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박 후보의 '친문 색깔 빼기'는 당명조차 적혀 있지 않은 유세 점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 후보는 당 이름이 적힌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섰다. 그러나 연일 터지는 부동산 악재로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이 싸늘해지자 '문재인 마케팅'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문 대통령에 대한 언급 횟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25일 구로에서 열린 출정식 연설에서 2회 언급한 것이 가장 많았다. 이후 중랑·서초에선 1회, 서대문·성북·성동 유세에선 단 한 차례도 거론하지 않았다. 앞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의 친분을 드러내며 '친문'세력의 지지를 끌어모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보선의 뜨거운 감자가 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도 박 후보는 현 정부 기조와 배치되는 공약을 내놨다. 앞서 박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은 공공주도가 최선은 아니다. 입지 상황에 따라 민간의 활력·효율이 더 필요한 곳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신규 개발과 함께 재건축·재개발을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공공이 나서 지원할 곳과 민간이 중심이 될 곳을 잘 나눠 추진해야 한다"며 밝혔다.
이는 그간 '공공주도' 공급 원칙을 강조한 정부의 견해와는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주도형 부동산 공급 대책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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