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도층이 진보에서 보수로 옮겨갔다"고 말하는 박성민 대표 =9일, 서울 (사진=NNA)]
지난 7일에 실시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 두 지역 모두 보수야당 '국민의 힘' 후보가 여당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승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대표는 여당 참패 원인을 "중도층의 지지를 상실했으며, 정권심판론이 여론을 압도했다"고 분석. 내년 3월에 실시되는 차기 대선에서는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와 대립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여당을 압도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여당이 자만한건가?
=이번 선거에서는 여론이 국정안정보다 정권심판에 크게 기울었으며, 후보자 개인의 인품과 정책 등이 전혀 화제가 되지 않았다.
■여당의 세 가지 판단실수
더불어민주당은 세 가지 전략적 판단에 실수를 범했다. 첫 번째는 유권자의 약 40%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과신했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35%까지 하락했으며, '지지하지 않는다'는 55%까지 상승했다. 이 20%의 격차는 생각보다 크며, 중도층이 진보에서 보수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적폐청산'의 유효기간이 지난 것을 깨닫지 못했다. 검찰개혁을 핵심정책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2019년, 각종 의혹에 시달리는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 강행으로, 이미 '민심이반'은 진행되고 있었다.
조국 전 장관과 대립한 윤석열 전 총장은 현재, 차기 대권주자로 국민적 인기가 높다. 검찰 대신 고위공직자의 비리 등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아이러니하게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은폐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개혁은 도적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완전히 실패했다.
세 번째 판단실수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획득, "문재인 정부에 '레임덕'은 없다"고 믿어버린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해졌으며, 검찰개혁에 집착한 문재인 정부는 측근 외에는 멀리해 '불통'이라고 비판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을 그대로 반복했다.
가장 심각한 점은 문재인 정부가 자체적으로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위기의식이 없다면, 위기의 원인도 모르며,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문재인 정부는 '레가시(정치적 유산)'라 불릴 만한 것이 전혀 없다. 철저한 방역으로 감염확산 억제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의 자랑인 'K방역'도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빛이 바래졌다.
■ 지지층인 20대 남성이 반기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는 "부패한 보수정권을 탄핵하고 우리가 만든 정권"이라며 열광했던 20대 남성들이 점점 정권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데.
=한국의 20대 남성은 30~40대에 비해 사회적으로 공정하지 못한데 대해 민감하다. 그들은 조국 전 장관 딸의 대학원 부정입학 의혹에 크게 실망했다. 재직연수에 따라 월급이 정해지는 호봉제는 불공평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이는 최근 대졸 초임 급등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대졸자들도 취업이 어려운 가운데, 여성 진학률과 취업률 상승에 따라, "여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20대 남성들이 많다. 그래서 여성들에 대해 오히려 피해의식을 갖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페미니즘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고 비판적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급등과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스캔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20대 남성이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청와대 직원들이 택지개발지구 발표 전에 토지를 취득한 것으로 밝혀지자, 이들의 분노는 절정에 달했다.
현재 50대로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운동권 출신들은 현 정부의 청와대, 내각, 정부기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미 '586'세대도 20대 남성들의 눈에는 기득권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정권교체 필두에 윤석열?
이번 선거 참패로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으로 향할 것이라고 본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다음 대선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될지 모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민감한 정보가 언론에 누출되는 등 내부가 통제되지 않고 혼란에 빠진다. 여당에 대한 청와대의 영향력도 약화되며, 당내 대통령 후보도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두며, '여당 내 야당'의 입장을 취하기 시작한다.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와 대립한 윤 전 총장은 실제 대선에 출마할까?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기존 정당에 입당 ◇제3의 후보로 출마 ◇기존 정당 후보와 단일화 등 세 가지 길이 있다.
기존 정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입당한다면, '국민의 힘'이 될텐데, 잘못된 타이밍에 입당하면, "처음부터 정치적 야심 때문에 문재인 정부와 대립한 것이냐"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에 관해서는 사실 한국에서 지금까지 제3의 후보가 출마해 대통령이 된 예가 없다. 최근 사례로는 2012년 대선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017년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각각 제3의 후보로 부상하기도 했으나, 안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패했으며, 반 전 총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제3의 후보로 출마해 선거에 이기려면, 제1당과 2당에 유력 후보가 없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아울러 1, 2당에서 내부 분열로 탈당하는 의원들이 속출한다면, 당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현재 '국민의 힘'에는 유력 후보가 없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선거 참패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레이스에서 뒤쳐지게 됐다. 한편, 유력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는 당 주류인 문재인 대통령 측근 그룹이 거리를 두고 있다. 친문파가 현실을 받아들여 이 지사 지지로 돌아설지, 다른 후보를 내세울지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세균 총리가 대선을 앞두고 조만간 총리직을 사임한다는 관측도 있다.
만약 중도층의 지지가 윤 전 총장으로 몰리고, 이 지사에 반대하는 세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윤 전 총장는 제3의 후보로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
■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윤 전 총장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잘 인식하고, 분열하지 않고 후보를 중심으로 단합한다면, 조직이 없는 윤 전 총장은 '국민의 힘' 후보와 단일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 경우에도, 가령 '국민의 힘'에서 유력 후보가 탄생해, 단독으로도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국민의 힘이 갖게 되면, 윤 전 총장 옹립 시도는 없을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초반에는 안 대표의 당선이 유력시 되었으나, LH직원들의 토지투기 의혹 부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국민의 힘'에서는 "안철수 대표 옹립없이 오세훈 후보로도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정치 세계는 결단과 그 타이밍 전부다. 윤 전 총장이 어느 타이밍에 출마 표명을 할지, 대통령 후보로서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프로필>
박성민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 컨설턴트. 1991년에 정치 컨설팅 회사 '민'을 설립한 이후, 각종 선거에서 후보자들에게 선거 전략 수립 및 홍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TV나 라디오 방송에 다수 출연, 정국분석에 정평이 나 있으며, 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도 정기적인 정치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치의 몰락',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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