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쿠바 총서기직 사임 공식화...62년만 카스트로家 통치 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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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4-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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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 피델서 동생 라울로 이어진 총서기직...이제, 혁명 후 세대로

  • 공산당 사회주의 유지하며 '실용주의 경제개혁·개방 정책' 박차

카스트로 형제의 62년 쿠바 통치가 막을 내린다. 피델과 라울 카스트로 형제의 퇴장으로 중남미 공산·사회주의 혁명의 상징인 체 게바라로부터 정통성을 이어받은 '역사적인 혁명 1세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4일간 열리는 전국인민권력회의(쿠바 의회) 개막회의에서 89세의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제1서기)는 총서기직 사임 의사를 공식화했다.
 

16일(현지시간) 쿠바 공산당 당대회에 참석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제1서기).[사진=AFP·연합뉴스]


이날 카스트로 총서기는 "새로운 지도부는 수십년 간의 경력을 가진 '당 충성주의자'로 채워질 것"이라면서 "(이들은) 열정과 반(反) 제국주의 정신으로 가득 차있다"고 밝혔다.

올해 카스트로가 총서직을 물러나게 된다면, 전임 총서기이자 지난 2016년 작고한 형 피델 카스트로(1926~2016)에게서 직을 물러받은 지 10년 만이다.

아울러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처음으로 '카스트로'라는 성을 쓰지 않는 지도자가 탄생할 뿐 아니라 '혁명 후 세대'의 첫 집권이 된다.

앞서 라울 카스트로 총서기는 지난 2016년 당대회에서 5년 후 차기 당대회에 맞춰 자신을 비롯한 혁명 1세대의 퇴임을 예고했으며, 그의 후임은 지난 2018년 의회가 선출했던 것과 같이 60세의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쿠바 혁명 이후 태어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번 당대회의 마지막 날인 오는 19일 에 공식적으로 카스트로의 직위를 승계할 예정이다.

이날 카스트로 총서기는 "쿠바 미국과 새로운 유형의 관계를 준비 중이지만, 쿠바가 혁명과 사회주의 원칙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면서 "나는 내 동포들의 힘과 모범적인 본성을 열렬히 믿을 뿐 아니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 조국과 혁명, 사회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언제나 나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쿠바 공산당의 당대회인 전국인민권력회의는 5년마다 비공개로 개최되지만, 국영 방송을 통해 주요 발언이 보도 중이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제1서기).[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통 혁명파' 카스트로 형제...후임은 '실용주의자' 디아스카넬

1931년 쿠바 동부에서 태어난 라울 카스트로는 다섯 살 위의 형인 피델의 2인자로서 쿠바 혁명과 혁명 정권을 지탱해왔다.

그는 쿠바 혁명의 시발점이 된 1953년 7월 26일 몬카다 병영 습격사건을 형과 함께 감행했으며, 이를 실패한 후 후 풀헨시오 바티스타 독재정권으로부터 13년형을 선고받고 22개월을 복역했다.

이후 멕시코로 건너간 라울 카스트로는 그곳에서 체 게바라(1928∼1967)를 만나 그를 형 피델에게 소개했으며, 쿠바 혁명 과정에서 전투 지휘관을 역임한 후 끝내 1959년 바티스타 친미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혁명정부에서 라울은 국방장관과 국가평의회 부의장, 공산당 부서기(제2서기) 등을 맡아 50년 가까이 형을 보좌했으며, 1997년 일흔을 넘긴 이후 공식적인 후계자로 승인된 후 피델의 지병이 악화한 2006년부터 실질적인 통치권자 역할을 했다.

이어 2008년 라울 카스트로가 형에 이어 국가평의회 의장에 공식 선출됐고, 2011년엔 쿠바 최고권력인 공산당 총서기 자리까지 물려받았다.
 

라울 카스트로(왼쪽)와 피델 카스트로(오른쪽).[사진=로이터·연합뉴스]


라울 카스트로는 혁명 시절 형보다 더욱 강경한 정통파 공산주의자로 평가받아왔으며, 쿠바의 지도자가 된 이후에는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해왔다.

공산당 일당 체제와 사회주의 모델을 이어가면서도 2015년 버락 오바마 전임 미국 행정부와 국교 정상화를 체결해 경제 개혁·개방을 꾀했다.

라울의 이와 같은 행보는 그간 쿠바 정권이 경제 정책에 실패한 후 도널드 트럼프 전임 미국 행정부의 반대로 개혁·개방 정책에도 차질이 생긴 여파를 만회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쿠바 혁명정부는 국가 주도 통제 경제를 내세워 집권 후 의료·교육 전면 무상화 정책을 추진해오면 나름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외환 통제를 위해 유지했던 이중통화제(국영기업과 국민이 쓰는 달러 대비 페소 환율을 다르게 하는 것)로 물가가 500%나 치솟으면서 물자 품귀 현상인 극심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미국이 장기간 묶어왔던 쿠바 제재로 최대 국가 수입원인 관광산업까지 초토화한 상태다.

후임인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라울의 뒤를 이어 실용주의 성향과 개혁·개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계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윌리엄 르그란데 아메리칸대 교수는 AP에서 "당분간 카스트로가 막후에서 통치할 가능성은 크지만, 디아스카넬의 개혁 추진 여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디아스카넬은 지난 2월 대부분의 산업에 민간 기업의 활동을 허용했고, 이중통화제를 폐지하며 부분적인 자본주의 개혁에 돌입했다. 이는 향후 미국 등 국제사회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까지 디아스카넬 대통령에 대한 정보는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엔지니어 출신인 디아스카넬이 로큰롤과 영국 밴드 비틀스를 좋아하고, 카스트로 형제의 상징인 올리브색 군복이 아닌 흰 전통 셔츠를 입고 다닌다"면서 "그는 쿠바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전면 도입한 후 태블릿 PC를 사용해 정부 회의에 참석하며 트위터를 애용할 정도로 최신 유행에도 밝다"고 평가했다.
 

16일(현지시간) 쿠바 공산당 당대회에 참석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왼쪽에서 두 번째)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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