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완료한 접종자라면 현행 자가격리 기간(14일)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5월 5일부터 실시한다고 28일 밝혔다. 다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브라질 등 변이 바이러스 위험이 있는 국가에서 입국하는 경우는 자가격리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 방침에 따라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백신을 접종 완료한 접종자이며, 백신을 접종한 후 약 2주간의 면역형성 기간을 거치면 예방접종 완료자로 분류된다. 이를 '백신 예방접종 증명서'를 통해 입증하면 자가격리를 면제받게 된다.
정부가 이같은 대책에 여행업계는 정부의 대책은 대책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해외여행 재개'를 학수고대해왔음에도 왜 이같이 지적한 걸까.
상황이 장기화하자, 업계는 여행시장 회복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4일 자가격리 일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비격리 여행 권역(트래블버블)을 실시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방역당국, 관계기관도 국제관광시장 회복을 위한 전담조직을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여행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와 관련해 업계는 고개를 저었다. "정부의 방역 완화 방안 발표는 환영하지만, 뚜렷하고 구체적인 대책도 없는 데다가 모든 국가가 한국인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의 자가격리 면제 발표는 물론 의미 있다"면서도 "하지만 자가격리 면제를 받으려면 백신 접종을 최대 2차까지 완료해야 하고, 면역 형성 기간을 거쳐야만 출국이 가능해지는 만큼 해외여행이 코로나 확산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시일이 꽤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더구나 현재 백신 접종자가 온 국민이 아닌 의료진과 고령자에 국한하는 상황에서 내놓은 자가격리 면제 방침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한국인 입국을 허용하는 곳은 괌과 사이판 등 극히 제한적이다. 입국을 허용해도 대부분 국가는 자가격리 14일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백신 접종 완료자가 격리 면제를 받고 괌이나 사이판 등을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비격리 여행 권역이 형성되겠지만, 수요는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며 "운항 항공편도 제한적이고, 설사 항공편이 있다고 해도 솟을 대로 솟은 가격에 해외여행을 마음먹는 일도 어렵다. 무엇보다 방역당국과 외교부 등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우선돼야 하고, 여행사가 운영을 재개할 환경도 잘 갖춰져야 한다. 단계적이면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정부 발표가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격리 면제 발표가 '내국인'만 대상이기 때문이다.
방한외래객 대상 국내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정부 발표를 보고 방한외래객도 격리 면제가 되는 줄 알았다. 이제 여행업계가 살아나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방한외래객 수요가 올라와야 여행업이 활기를 찾을 텐데, 이번 발표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신 여행에서 오는 위험 부담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라며 따져물으며 "실질적으로 여행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성부터 제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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