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낙원의 밤' 전여빈 "'무변광대'한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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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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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낙원의 밤' 전여빈[사진=넷플릭스 제공]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은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은 조직의 표적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noir, 영화계에서는 범죄와 폭력을 다룬 영화 분야를 뜻함)'다.

영화제 상영 직후 해외 관객과 언론 매체는 영화 말미 10여 분간 몰아치는 활극(액션)에 열광했다. '파이널 걸'의 활약에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전 세계 영화 애호가가 집중한 인물은 삶의 벼랑 끝에 선 소녀 '재연'이다. 무기상인 삼촌과 함께 제주도에서 지내는 재연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행동하는 주체적인 인물로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자신 앞에 닥친 일말의 사건들 앞에서 초연한 눈빛을 잃지 않는 재연은 등장부터 영화의 끝까지 관객들을 몰입으로 이끈다. 삶의 끝에 몰린 태구(엄태구 분)와 재연이 서툴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을 쌓아가는 과정이 아름다운 낙원의 섬 제주 위로 펼쳐진다.

영화 '낙원의 밤' 재연이 '2020 베스트 파이널 걸'이라는 호평을 얻기까지는 그를 연기한 배우 전여빈(32)의 고민과 노력이 뒤따랐다. 그는 역할에 몰두했고 그의 심연을 바라보려 했다. 영화 '죄 많은 소녀' 드라마 '빈센조'로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배우 전여빈의 노력과 작품에 대한 애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전여빈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낙원의 밤' 전여빈[사진=넷플릭스 제공]


'2020 베스트 파이널 걸'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영화 말미 10여 분에 관해 칭찬이 쏟아지던데
- 각본을 보았을 때 예감하고 있었다. 배우로서도, 재연으로서도 제일 잘 해내고 싶은 장면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양면적 마음이 들었다. 결과물을 보았을 땐 제 생각보다 훨씬 멋지게 나와서 기뻤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 나라에서 공개되었다. 해외 팬들도 많이 늘었을 거 같은데
- 영화 '낙원의 밤'이 유럽·중동·아시아권에서 '톱텐(TOP 10)'에 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외에서 한국 영화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해외 팬들은 어떻게 느껴주실까 궁금하기도 하다.

'낙원의 밤'만의 차별화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영화가 '기승전결'이 있다면, '낙원의 밤'은 '기승전'까지는 정통 누아르의 틀을 따르고 있다. '결' 부분에서 재연의 활약이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변곡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재연의 활약은 기존 누아르 영화가 갖지 못한 여성 캐릭터와 행동, 그리고 성격 등을 가지고 있다. 그의 결단이 차별화를 보여준 것 같다.

박훈정 감독은 전여빈에게 '재연'의 어떤 점을 바랐나?
- 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가 초연하게 일상을 누리고 자신의 목적을 향해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했다.

전여빈이 바란 '재연'의 모습은?
- 몸은 작고 여려도 눈빛만큼은 누구보다 강하길 바랐다. 총격 장면에서도 속으로는 깜짝 놀랐지만 눈빛 하나만큼은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랐다.

'재연'은 총격술이 완벽해야 했다. 연습은 많이 했나?
- 드라마 '멜로가 체질' 중후반에 '낙원의 밤' 출연이 확정됐다.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틈날 때마다 사격장에 가서 연습했었다.

총 쏘는 모습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어린 여자아이가 삼촌에게 사격을 배우고 자세는 어설프더라도 목표물은 정확하게 명중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영화 '낙원의 밤' 전여빈과 엄태구 [사진=넷플릭스 제공]


태구와 재연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했나?
- 누아르 영화 속에는 남성과 남성의 우정이 도드라지지 않나. 하지만 우리 영화는 성별이 다른 태구와 재연이지만 여느 누아르 영화 속 우정을 자랑하고 있는 것 같다. 애정을 뛰어넘는다고 할까?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

태구에 관한 재연의 마음을 잘 설명해달라
- 인류애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삶 마지막에 생긴 친구인 거다. '사랑'은 거대한 단어다. 남녀 간의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다. 연애 감정이 아니더라도 인간에 관한 사랑을 서로에게서 느낀 것 같다.

태구가 더 재연을 이해하고 유대감을 느꼈던 거 같다. 자신의 누나를 떠올리게 하고 조카를 떠올리게 하는 면면이 있으니까. 태구가 재연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거 같다.

재연의 전사가 아주 짧게 설명된다
- 영화에 등장한 전사를 가지고 재연을 그려나갔다. 그 가운데 편집된 부분이 있는데 재연이 가족을 떠나보내고 그 충격으로 심각한 병을 얻게 된 장면이다. 그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굉장히 기뻐한다. 항상 가족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고 그들에게 가고 싶어 한다. 그토록 원하던 죽음에 가까이 갈 수 있어서 기뻐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재연은 충분히 설명된 거 같다.

유난히 내성적인 배우 엄태구와 가까운 모습이었는데. 팬들은 놀랍다는 반응이더라
- 연기만 보고는 그런 성격일 줄 몰랐다. 영화 '밀정'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상해에서 엄태구 선배를 만나 인사를 드렸는데 정말 말이 없어서 놀랐다.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다. '진짜 모습은 뭐지?' 혼란스러웠는데 이번에 만나고 느낀 건 말수가 적어도 마음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는 거다. 연기에 관한 열정도 있다. 엄태구라는 사람은 전여빈을 반성하게 하고 노력하고 싶게끔 만드는 사람이다.

영화 '낙원의 밤' 전여빈[사진=넷플릭스 제공넷]


최근 박훈정 감독은 여성 배역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낙원의 밤' 재연을 두고 '마녀' 자윤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던데
- 저도 '마녀'를 정말 재밌게 봤다. 자윤 역을 두고 정말 흥미롭게 생각했다. 김다미 씨가 정말 재밌게 연기를 잘하더라. 하지만 '낙원의 밤' 재연과 '마녀' 자윤은 굉장히 다르다. 설정값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자윤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재연은 복수심 하나로 살며 발버둥 치는 인물이다. 감정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제가 느낄 때는 완벽히 다른 인물이라는 느낌이다.

극 중 태구와 재연이 물회를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물회가 체질에 맞지 않아서 잘 못 먹는다.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다. 재연의 대사 중 '죽는 건 괜찮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이 집 물회를 못 먹는 건 아쉽다'라고 하는데, 그 대사에 물회에 진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주 열심히 먹었다. 평소에는 절대 사 먹지 않는데 말이다.

'빈센조' 홍차영과 '낙원의 밤' 재연은 성격 자체가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고 복수를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결이 같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예전에 한 매체 인터뷰에서 '두 인물은 어떻게 다르냐'라고 질문받은 적이 있다. 당시 '다른 점보다는 두 사람이 강한 복수심으로 닿아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저는 작품을 앞두고 인물을 만나려고 할 때 전작에서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 연결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죄많은 소녀' '멜로가 체질' '빈센조' '낙원의 밤' 모두 다른 인물로 설정하고 그들의 전사도 새롭게 만든다. 그들의 말투, 음색, 호흡, 몸짓 등 보는 사람들은 못 느끼더라도 저는 설정값을 다 다르게 하는 편이다.

독립 영화부터 드라마, 대작 영화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점점 더 연기 영역이 넓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배우로서도 자부심을 느낄 거 같다
- 21살에 배우가 되기로 했다. 당시에는 '그냥 좋은 배우가 되어야지' 막연하게 목표를 가졌다. 다양한 삶을 살아내고 싶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변광대'한 배우가 되고 싶다. 끝없이 넓다는 의미다. 작품마다 그렇게 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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