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미국으로 떠나며, 정치 재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당내에선 극우‧강경보수로 회귀를 우려, 명분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초청을 받아 이날 미국으로 떠난 황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제가 먼저 간다”며 “껍데기만 남은 한미동맹, 더 방치할 수는 없다. 정부가 못하니 저라도 간다”고 적었다. 오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본인의 정치적 중량감을 내세우려는 의도로 읽힌다.
황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 기대거는 일에 지쳤다. 국민도 그렇고 저 역시도 마찬가지다”라며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회복,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처럼 큰 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작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신이 대한민국에 대한 불신이 되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황 전 대표가 별다른 명분도 없이 정치 일선으로 복귀하려 한다는 것.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황 전 대표가) 21대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실상 정치를 은퇴했는데, 1년이 지났지만 지금 복귀할 명분이나 국민적 요구가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어 “본인 생각만으로 정치 전면에 등장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개인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우리 당의 의원이나 당원, 국민들도 그 점에 대해선 의견이 저하고 일치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권 의원은 “그 분 이미지가 극우 강경 이런 이미지 아니겠느냐”라며 “이번 재‧보궐선거에 나타난 표심은 중도 합리로 가라는 거고, 이번에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박형준 부산시장 모두 중도 합리적인 정치 성향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기 때문에, (황 전 대표는) 현재의 민심과는 유리된 분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조수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황 전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설을 언급한 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말씀을 간곡히 드린다”며 “4월 총선에서 참패한 지 이제 1년이 됐다. ‘책임정치’라는 네 글자를 더 깊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 의원은 “보선 결과는 국민의힘을 지지했다기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라며 “내년 3월 9일까지는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먼저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