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턱밑 추격 中, 달아나는 美…AI레이스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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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5-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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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이슬 기자]

 
중국 대표 IT기업 화웨이가 최근 미국의 주요 인공지능(AI) 'GPT-3'에 밀리지 않는 기술을 선보였지만 미국의 기술 선도 지위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구글의 기존 AI 모델 '버트(BERT)'의 성능을 압도하는 AI 신기술들이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I/O'에서 공개됐다. 사람처럼 다양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형 AI 모델 '람다(LaMDA)'와, 인터넷 검색서비스·AI음성비서의 정보제공·답변 능력을 높여줄 수 있는 '멈(MUM·Multitask Unified Model)'이다.

현재 기업 홈페이지나 메신저 서비스용 챗봇 등으로 상용화된 대화형 AI는 단순한 질문에 짤막한 문장이나 문단으로만 답할 수 있다. 답할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하거나 답이 없는 질문을 받으면 해당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의 링크만 내놓고 얘기를 끝내버린다. 기본적으로 AI에 학습된 특정 분야 지식이나 주어진 단편적인 정보에 맞는 대화만 나눌 수 있고, 대화 도중 형성된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다.

구글의 시연에서 람다는 자신이 '명왕성(Pluto)'이나 '종이비행기'인 체 하면서 이 사물에 관련된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했다. 명왕성이 된 AI에게 "널 찾아가면 뭘 볼 수 있냐"고 물으면 "큰 협곡, 얼어붙은 빙산, 간헐천, 분화구 몇 개를 볼 수 있다"고 하고, 종이비행기가 된 AI더러 "가장 멀리 날았던 기록"을 묻자 "1500피트(약 457m) 이상 날아봤다"고 답하며 "그날 바람이 완벽했지"라고 덧붙이는 식이었다.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답 없는 질문에도 태연히 사람처럼 대꾸한 것이다.

멈은 75종의 언어로 훈련됐고 더 복잡한 질의를 처리할 수 있는 AI 모델로 소개됐다. 이를 적용하면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에 더 복잡한 조건을 쉽게 입력하거나, 모바일 AI 음성비서 앱에 사진·영상 등을 함께 보여주며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이 기술이 적용된 AI는 "애덤스 산에 올라 봤는데, 올가을에 후지산에 갈 때 뭘 따로 챙기면 좋을지"와 같은 정보를 한 번에 찾아줄 수 있고, 등산화를 찍은 사진과 함께 "후지산에 갈 때 이걸 신을 수 있을까" 물어도 대답할 수 있게 된다.

람다와 멈은 아직 구글이 한창 개발 중인 기술로, 성능이 더 개선될 수 있다. 구글 측은 검색엔진, 음성비서, 업무용 협업솔루션 등 상품에 두 AI 기술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멈의 '자연어 이해' 성능이 기존 버트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하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이번 발표된 두 AI 기술의 실용성이 높다는 뜻이다. 버트나 'XLNet' 등 기존 구글의 연구 성과처럼 기반 알고리즘을 설명한 논문과 이를 구현한 모델이 발표·공개될지 여부와 그 시점은 불분명하다.
미국 AI 기술이 중국의 추격으로부터 달아나는 모양새다. 최근 중국에서 정부 차원의 장기적 투자를 배경으로 기업들의 AI 기술 개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화웨이가 지난달 말 개발자 대상 기술 발표 행사와 함께 공개한 '팡구-알파(PanGu-α)' 모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화웨이 연구진은 팡구-알파가 미국의 'GPT-3'보다 더 많은 수의 파라미터를 사용해 까다로운 중국어 기반의 텍스트 요약, 질의응답, 대화형 AI 역할 수행 등의 성능이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팡구-알파는 전자책, 백과사전, 뉴스, 소셜미디어, 웹페이지 등에서 추출한 중국어 데이터 1100GB 가량을 학습해 2000억개 파라미터로 계산을 수행하는 초거대모델이다. 비교 대상인 GPT-3와 유사한 원리로 개발됐다. GPT-3의 파라미터 수는 1750억개로 팡구-알파보다 250억개 적다. AI 모델의 파라미터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입력된 정보를 처리할 때 수행하는 계산량이 크다는 뜻으로, 원리가 같더라도 결과물이 더 정확하고 품질이 우수한 AI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정부 투자로 중국의 AI 기술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선도국가 미국의 AI 개발 주도 흐름은 여전하다. 학계에 따르면 미국에선 구글 등 민간기업이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오픈소스화하면서 생태계 주도권을 다져 왔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슈퍼컴퓨터 등 고수준 AI를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의 경쟁력도 높여 가는 중이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작년 거부권을 행사했던 2021년도 국방수권법안이 올초 통과됨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 체제의 미국 정부도 향후 5년간 AI R&D 투자 강화와 연구자 대상 컴퓨팅인프라를 지원 등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하드웨어 분야의 선도 지위를 굳히기 위한 대규모 장기투자를 유지하면서, 미국 주도 AI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포스트코로나시대의 미·중 IT패권경쟁을 바라보는 관전포인트' 보고서에 따르면 AI분야에서 미국의 저력은 2015년 미국 정부가 '미국을 위한 혁신 전략'을 시작으로 수년간 지속 수정·보완된 슈퍼컴퓨터·AI 선도기술 개발 정책에서 나온다. 미국 국방부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연구성과 실용화를 지원하고, 상무부 국립과학재단(NSF)이 대학·연구소의 장기적 기초연구에 집중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종의 분업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PRi는 또 여러 AI 개발 도구를 공개하는 미국 기업 활동이 후발주자에게 자체 개발보다 선도기술 모방을 유도해, 이런 "생태계에 포섭된 기업과 국가는 미국의 조력자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중국의 핵심 AI 알고리즘 기술은 미국 주도 생태계에 편입해 학습하는 추격형 모델로 성장했으나 중국 정부는 '국가 차세대 AI 개방 혁신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직접 오픈소스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AI전략센터의 '코로나19 전후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AI 기초 연구·컴퓨팅 인프라, 머신러닝,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자금 지원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AI와 관련 기술에 대한 R&D 투자는 약 40% 성장했다. 작년 2월 AI 연구에 10억달러를 추가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반면 같은 보고서에서 중국 AI 투자는 주로 알고리즘 개발과 스마트인프라 구축에 관련돼 있고, 방위 분야를 제외하고 2018년 기준 17억달러 규모의 AI R&D가 추진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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