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중국 여성 기업인들의 전성시대다.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창업형 여성 기업인 중 65%를 휩쓸었다.
광대한 중국 내수 시장에 기대 성장한 뒤 기업공개(IPO)로 큰 부를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20일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2021 글로벌 자수성가 여성 부호 명단'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자산 규모 10억 달러 이상인 여성 기업인은 130명으로 지난해보다 30% 증가했다.
직접 창업했거나 창업 멤버로 활약한 기업인이 대상이며, 자산을 물려받은 경우는 제외됐다.
130명 중 중국 기업인은 85명으로 65.4%에 달했다. 미국(25명)의 3배가 넘는다.
10위권을 살펴봐도 영국 도박업체 벳365(BET365) 창업자인 데니즈 코츠(9위)를 뺀 9명이 중국 기업인이었다.
1위는 한썬제약 창업주인 중후이쥐안(鐘慧娟) 최고경영자(CEO)로 자산 규모는 1500억 위안(약 26조3900억원)이다.
1995년 설립된 한썬제약은 항암제와 정신질환 치료제가 주력인 제약사로 2019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200억 위안대였던 자산 규모가 지난해 1000억 위안을 넘었고, 올해 1500억 위안대로 뛰었다.
헝루이의약을 이끄는 쑨퍄오양(孫飄揚) 회장과 함께 '제약왕 부부'로 불린다.
2위는 중국 최대 화학섬유 기업인 헝리의 판훙웨이(范紅衛)회장으로 1450억 위안의 자산을 보유 중이며, 3위는 자산 규모 1100억 위안인 부동산 개발업체 룽후의 우야쥔(吳亞軍) 회장이다.
최상위 10명 중 가장 젊은 기업인은 '릴렉스'라는 전자담배 브랜드로 유명한 우신커지의 왕잉(汪瑩) 창업주로 올해 39세다.
창업 3년 만에 중국 최대 전자담배 제조업체로 등극했고, 지난 1월 뉴욕 증시 입성에 성공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710억 위안(약 12조5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왕잉과 함께 10위권에 처음 이름을 올린 판둥(潘東)은 남편 뤄추핑(羅秋平)과 함께 세제를 만드는 란웨량을 창업했다.
'중국의 P&G'라는 수식이 붙는 란웨량은 10년 넘게 중국 세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1위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 여성 기업인들은 의약품·섬유·조미료·미용 등 소비재를 앞세워 자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상장을 추진하는 식으로 부를 축적해 왔다.
란웨량을 창업한 판둥도 지난해 말 회사가 홍콩 증시에 상장돼 보유 주식 가치가 급등했다. 자산 규모는 650억 위안이다.
중국이 미·중 갈등 고조와 글로벌 경기 악화 등의 요인으로 내수 중심 경제 발전에 주력하고 있어 자수성가에 성공하는 여성 기업인들 역시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후룬연구원 명단에 포함된 85명의 중국 여성 기업인 중 거주지별로는 베이징이 1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하이(11명), 선전·항저우(10명), 광저우(7명), 포산(4명), 홍콩(3명)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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