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과 관련,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나 공감대 등 여러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고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경제계나 종교계, 외국인 투자기업들로부터 그런(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사면 문제를 이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 전망을 갖고 얘기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상태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가석방은 법무부장관이 결정하는데, 법무부가 올해 7월부터 가석방 심사기준을 완화해 적용할 방침이라 이 부회장 가석방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까지 형기의 60% 정도를 복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연설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 문제와 관련,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가지 형평성이나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가 “현재까지 검토된 바 없고, 검토할 계획에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에서 살짝 기류가 달라진 셈이다.
앞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임스 김 회장은 서한에서 “삼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임원(이 부회장)의 사면이 미국과 한국 모두에 최선의 경제적 이익”이라고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5개 경제단체 회장도 지난달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사면건의서에서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제 회복과 도약을 위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 요구가 나오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에 잘 대응하기 위해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거라 판단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 사면을) 전향적으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사면 필요성 강력히 존재하고 있다”(이원욱 의원), “이 부회장의 역할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이광재 의원), “이 부회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양향자 의원)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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