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없는 산골 마을 주민들, “민관 합심으로 재미있고 정이 넘치는 오일장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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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박종석 기자
입력 2021-06-0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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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오일장 문화가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 건의

강원 화천군에 위치한 사내면 전경. 이 산골 마을은 6,300명이 넘는 주민이 살고 있지만 재래시장이 없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박종석 기자]

주민 6300명이 넘게 사는 산골 마을에 이렇다 할 재래시장이 없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산골 마을인 강원 화천군 사내면 주민들은 지역에서 장보기를 할 수 없다. 고령층이 많지만 가장 가까운 전통 재래시장은 자동차로 화천읍이 40분, 춘천까지는 1시간 정도를 가야 한다.

이러한 불편에 주민들은 사내면 중심 상업지역인 사창리에 전통 재래시장 조성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사창리 주변 상가 지역은 전통 재래시장 조성을 위한 인정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도매업·소매업 또는 용역업을 영위하는 점포에 제공되는 건축물과 주차장,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점유하는 토지면적의 합계가 1천㎡ 이상이어야 한다.

또 해당 구역 안의 토지 소유자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도 필요하다. 여기에 해당 지역에 도매업·소매업 또는 용역업을 영위하는 점포 50개 이상이 밀집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내면은 지역 특성상 유통기능이 취약하다. 따라서 상거래의 현대화 촉진을 위한 재래시장이 필요한 지역이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임성규)는 지난해 7월 사창리 오일장이 특색있는 전통시장으로 변화되길 바란다며 화천군에 ‘사창리 오일장 문화가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건의한 바 있다.

건의 내용은 오일장 안내간판 설치, 야간조명 설치, 터미널과 연계된 도시계획도로 시행, 오일장 주차장 확보, 공원과 분수대 조성, 고객 쉼터, 화장실, 점포현대화, 농산물 직거래장터 공간 확보 등이다.

임성규 주민자치위원장은 “사내면은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도시인들이 방문하기에 부담이 없는 지역”이라며 “재래시장의 의미를 살리면서 사창리 민속 오일장과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와 연계해 운영한다면 사내면은 명소화된 마을로 새롭게 변신할 수 있다”고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화천군은 같은 달 위원회에 전통시장 활성화 검토 결과 전통시장 인정 조건에 미치지 못해 국비 신청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또 생활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인 ‘사창천 복개 사업’이 공모 중에 있어 사업 선정 및 시행이 완료되면 오일장터 이전과 주차장 확보 등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회신으로 알려왔다.

화천군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지난해 사내면 사창리 전통시장 활성화 제안에 대해 군청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화천군도 재래시장이나 오일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지만, 전통시장 제안을 한 사창리가 전통 재래시장 인정 조건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이에 전통 재래시장 역할을 하는 사창리 오일장 활성화에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사창리 오일장은 수십 년간 지역의 상거래를 이끌어 왔다. 또 멀리 떨어진 마을과 주민들에게는 소통의 장이었다.

이 지역 오일장은 27사단이 주둔하면서 번창했고 마을 상설가게들과 함께 공존해왔다. 장이 열리면 주민들은 아침 일찍 장터를 찾았고 노점상들은 이들과 재밌는 흥정으로 정을 나눴다.

지난 30일 신광철 사창리 민속 오일장 회장은 오일장 분위기를 “옛날에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눠 먹기도 하고 형제처럼 지냈어요”라며 “원주민도 많았지만, 군인들하고 그 가족들이 더 많았지”라고 전했다.

신 회장의 말처럼 사내면이 군부대 밀집 지역이어서 군인 가족은 노점상들에게 중요한 고객이었다.

이날 오일장에서 만난 세 명의 군인 가족 주부들은 “사창리에는 식품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가격도 춘천보다 비싼 편이다”며 “오일장이 열리면 구경하러 나오지만, 노점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오일장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매력인데 너무 조용한 것 같다”고 말한 뒤 “오일장이 활성화되어 마을에 활기가 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과 군인 가족의 발길이 사라지면서 오일장 회원도 반 이상 줄며 모든 게 최악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70여 년 동안 지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27사단 해체와 함께 코로나19 감염병 지속으로 지역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래도 주민들은 사창리 오일장이 활성화된다면 전통 재래시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신감은 수도권과 가까운 교통망이 작용했다. 산골 마을의 신선함과 문화가 담긴 특색있는 오일장 조성은 안정된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다수 주민들은 전통 재래시장 같은 오일장 조성에 대해 “다른 지역으로의 소비이탈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지인이 찾는 공간으로 만든다면 지역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위해 “사내면의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살린 오일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내면이 수도권과 가까우므로 소비자의 소비성향 변화에 맞는 사업 내용과 시대에 뒤떨어진 기반시설 정비 및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창리에 사는 한 주민은 “어쩔 수 없이 춘천으로 장을 보러 가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재래시장이 없다면 오일장을 통해 소비자와 농민이 직거래도 할 수 있어서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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