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보경 회장]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앞 글자를 말하며, 현대 기업경영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이 중에서 기업 지배구조를 다루는 것이 기업 경영권과 관련된 문제이다. 하지만 기업 지배구조는 생각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실체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경영의 핵심 요체는 경영권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때로는 경영권 쟁탈 분쟁을 통해 경영권을 강제로 빼앗아 올 수도 있다. 경영권을 잃으면 경영 참여의 기회도 잃게 된다. M&A와 경영권에 대한 실무경험 없이 이론으로만 알고 있는 주주들은 경영권이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물론, 이해관계의 대립 없이 우호적으로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경우에는 주주총회의 결정에 의해 경영권이 정해진다. 하지만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경영권을 결정한 경우나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하게 한 경우 또는 주주 간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등과 같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경우에는 주주총회만으로 경영권을 결정할 수가 없다. 결국 주주들 간에 합의하지 못하고 충돌하면 법원의 심판을 구하는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경영권은 상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지만 헌법상으로도 보장받고 있는 권리이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모든 기업은 그가 선택한 사업 또는 영업을 자유롭게 경영하고 이를 위한 의사결정의 자유를 가지며, 사업 또는 영업을 변경(확장·축소·전환)하거나 처분(폐지·양도)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고, 이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경영권이 노동3권과 서로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화시키는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제상의 창의와 투자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증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상 조치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그 실시를 반대하기 위하여 벌이는 쟁의행위에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등 경영권에 대한 범위와 권리가 규정되어 있다.
오늘날 기업은 주주들의 성향이 다양하고 기업 지배구조 또한 복잡하게 구성되면서 경영권을 결정하는 변수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주식회사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서 경영권도 이사·사외이사·집행임원·감사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으며, 주주총회의 권한도 축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주총회에서는 이사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이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집행임원을 선임하는 방식이다.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은 집행임원이 하고 이사회는 감독 또는 견제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니, 주주총회는 경영권을 행사하는 집행임원에 대한 선임 또는 해임 권한이 축소된 것이다. 이에 따라 주주들 간에 분쟁이 잦아지게 되었고,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법원의 판결이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으며, 법원의 결정은 강제집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영권을 결정하는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법원이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파산 또는 회생에 대한 결정 및 관리인의 선임, 임시주주총회의 개최 또는 성립에 대한 결정, 정관의 효력에 대한 결정, 회계장부열람등사청구에 대한 허용 여부 및 범위에 대한 결정, 등기에 관련된 결정, 주주제안에 대한 적법성의 결정, 의결권 위임장 확보 또는 효력에 대한 결정, 의결권행사 금지 또는 허용 여부에 대한 결정, 주권의 효력에 대한 결정, 소수주주의 권리에 대한 결정,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에 대한 적법성 결정, 이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해임의 결정, 이사에 대한 선임 및 해임에 대한 결정, 신주발행의 허용 또는 무효에 대한 결정, 경영권 방어조치에 대한 합법성 결정, 대표이사직무집행정지에 대한 결정, 주식에 대한 강제매각명령에 대한 결정, 주식의 불공정거래 또는 내부자거래에 대한 처벌 결정, 주식 및 경영권 매매계약에 대한 유효성 결정,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한 결정,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제한에 대한 결정 등 모든 판단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들이며,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심판을 구해야 하는 사항들이다.
우리나라의 최고 재벌은 파산법원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법원에는 경영권의 향방에 대해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뜻이며, 법원이 경영권을 결정하는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뜻이다. 경영권 분쟁에 대한 전략을 수립할 때에 경영권 분쟁을 진행하는 관할법원과 판사의 성향 그리고 판례에 대해 분석하는 이유도 법원의 판결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은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정을 무효로 만들 수도 있고 강력한 제재를 할 수도 있다. 경영권은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자본주의의 영역으로 이전되면서 주주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노동자·채권자·정부·사회단체 등에서도 많은 간섭을 하고 있으며, 법원의 개입 빈도 또한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문법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M&A와 경영권 그리고 투자금융분야에서는 우리나라의 법률로 정하고 있지 않은 행위나 법원이 경험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는 법률행위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법률로는 정해져 있지만 판사들의 성향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원의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경영권이 가지고 있는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비밀코드를 풀어야 한다. 그것은 주주총회는 1주 1의결권의 원칙이지만 이사회는 1인 1의결권 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주주의 의결권은 위임이 되지만 이사회의 의결권은 위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영권에 대한 가치와 권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권한과 활용방법을 먼저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주주가 경영자들을 정확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에게 부여되어 있는 의결권(Right to Vote), 주식을 타인에게 양도할 권리(Right to Sell), 경영자의 부당행위에 대한 소송제기권(Right to Sue), 회사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청구권(Right to Information)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법령과 정관이 정하는 주주총회의 권한 내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경영권은 주주들의 사적 계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면 이익을 취할 수 있으나, 무관심하고 행동하지 않는 주주는 이익실현의 기회도 상실하는 것이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결권 확보 방법과 행사 방법에 대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의결권은 주식을 소유해도 행사할 수 있고, 의결권을 위임 받아도 행사할 수 있지만, 주주총회의 의결권을 확정하기 위해 주주명부폐쇄기준일의 바로 전날 주식을 빌려 주주명부에 기재하고 기준일 바로 다음 날 주식을 되갚아도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 대한 능력이 출중한 M&A 전략가는 의결권의 확보방안, 주식 및 주주총회 그리고 이사회의 구성은 물론 법원과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다양한 사안에 대한 판례뿐만 아니라 경영권에 대해 다양한 사례가 가장 많은 미국의 델라웨어 주에서 결정한 판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분석하고, 언론을 활용하는 방법까지도 검토한 후에 경영권 분쟁에 대한 전략을 세운다. 우리나라는 판사의 재량권 범위가 매우 넓고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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