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으로 정부가 대출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지만, 일부 신용카드사들은 오히려 '고신용자 대상'으로 대출 장사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 내서 투자)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자, 이자수익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우리·롯데카드가 지난해 3분기 출시하거나 영업을 확대하기 시작한 마이너스 카드론(마이너스론) 잔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6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마이너스론 잔액이 4480억원(13만6100건)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우리카드가 990억원(3만3600건) △롯데카드가 740억원(1만5200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마이너스론은 한도대출 구조를 입힌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다. 통장만 없을 뿐이지 은행 마이너스통장처럼 한도 내에서 돈을 끌어다 쓰고, 갚을 수 있을 때 상환하는 구조다. 고객이 이용한 금액과 기간에 대해서만 이자가 발생한다. 그간 신한카드가 유일하게 마이너스론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3분기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새롭게 출시하며 각광을 받았다.
마이너스론은 '고신용자 대상 대출창구' 역할을 하면서 급격히 늘었다. 카드론은 대표적인 중신용자 대출로, 통상 연 10~15% 금리로 취급된다. 반면 마이너스론은 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로 고신용자를 타깃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카드의 '우카 마이너스론' 최저금리는 4.00%, 롯데카드의 '마이너스 카드'는 4.95%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마이너스론 이용자는 옛 신용등급 기준으로 1~4등급자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가 고신용자에게 취급한 카드론 잔액이 60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마이너스론 이용자 대다수가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마이너스론이 급증한 것도 은행들이 고신용자 신용대출을 축소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마이너스론을 고신용자가 이용한다는 점에서 당장 신용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마이너스론 이용자에게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이 고신용자 대상 대출을 축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부 카드사가 오히려 고신용자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 기조에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너스론을 확대하면 확실히 수익성은 올라갈 것"이라며 "다만 다른 카드사들이 이 상품을 출시하지 않는 것은 자칫 외형 확대 경쟁으로 비화할 수 있고, 불필요한 경쟁을 촉발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