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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과의 정치학] 여론과 분열 사이…文, ‘드루킹 사건’에 응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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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1-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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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대 사건마다 여야 대립 단초…지나친 정쟁화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대통령의 ‘사과’ 여부와 시점은 항상 논란거리가 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무게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권에서는 지나친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고, 야권은 항상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구속과 청해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사과 여론에 직면했다.

31일 현재까지 문 대통령은 김 전 지사 문제에 대해선 답을 하지 않고 있고, 청해부대원들에게는 사건 발생 8일 만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사과’를 한 상태다.

특히 김 전 지사의 이른바 ‘드루킹 사건’은 단순히 문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사실을 넘어 정권 정통성 논란으로 번지며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1일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정권 정통성에 직격탄…국민 2명 중 1명 “사과해야”

지난 29일 국민 2명 중 1명은 김 전 지사 구속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알앤써치가 매일경제·MBN 의뢰로 지난 26~28일 만 18세 이상 1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지난 대선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 김 전 지사의 구속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0.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42.8%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89.9%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78.5%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해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 공동정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로 김 전 지사는 지사직을 박탈당하고 재수감됐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가 되고, 형기 만료 이후에도 5년간 피선거권을 상실한다.

김 전 지사 본인의 정치생명은 물론, 내년 대선을 7개월여 앞둔 여권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최측근이자 대변인이었던 김 전 지사가 문 후보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댓글 조작 범죄에 관여했다는 것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정부 출범의 정통성이 훼손됐다는 야권의 공세를 받고 있다.

급기야 야권 대선주자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까지 찾아가 문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한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9일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한 청와대 앞 1인 시위 현장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일제히 방문해 힘을 보탠 것이다.

윤 전 총장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님, 민주주의 파괴한 드루킹 대선 여론 조작 왜 모른 척하십니까. 사과하십시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27일 의원 단체대화방에 릴레이 시위를 제안한 데 이어 첫 주자로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여론조작 측면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과는 비교가 안 된다”면서 “국민이 정부의 정통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전 원장도 정 의원과 만나 “대통령께서 분명한 입장 표명과 사과를 안 하신다면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대통령의) 적극적인 책임 유무를 떠나서 그 부분을 분명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안 대표 역시 “이번 대선에서 최악의 디지털 부정선거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난 일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문 대통령의 사과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에선 이철희 정무수석이 나와 정 의원에게 “문 대통령은 (드루킹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고 정 의원은 “문 대통령이 알았든 몰랐든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유감 표명을 촉구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지난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것이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청해부대 장병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발생 8일 만에 ‘SNS 사과’

김 전 지사의 대법원 판결에 앞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부대원 301명 중 무려 27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채 귀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가뜩이나 4차 대확산과 백신 접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알려진 참사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전원 귀국 조치하는 등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치료 등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다른 해외파병 군부대까지 다시 한번 살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사과나 유감 표명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유체이탈 화법’ 논란이 일었다.

백신 예약시스템 오류·마비와 관련해서도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며 청와대 참모들을 질책했다는 지시 내용만 공개됐다.

이후 김부겸 국무총리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으나, 군 최고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방력을 무력화시키고 국민을 백신 보릿고개 상황에 몰아넣고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에 백신 보낼 생각에만 여념이 없는 모습”이라며 “이제라도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을 즉각 경질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직접 회견하면서 총체적 방역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박 수석은 연합뉴스TV 등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고를 받고 대통령이 바로 공중급유수송기를 급파하라고 지시했다”며 “문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잘못을 ‘국방부가 안이했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께서 겸허하게 이 비판을 수용하고 있다는 말씀으로 들어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해명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첫 확진자 발생 8일 만인 23일에야 결국 육성이 아닌 SNS로 사과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해부대 부대원들이 건강하게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걱정하실 가족들에게도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병들도 힘을 내시기 바란다”고 위로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SNS를 통한 사과가 장병들과 가족, 국민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며 “청와대는 수송작전마저 대통령의 공으로 자화자찬했고 국방부 장관은 맛도 느낄 수 없는 확진 장병들에게 과자를 보냈다. ‘말뿐인 사과’는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장병들이 탑승한 차량이 지난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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