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대법관 자리에 오르면 여성 대법관이 다시금 4명이 된다. 현재 대법관 구성원 13명 중 여성은 박정화·민유숙·노정희 대법관 등 3명뿐이다. 비율로도 23%에 머문다.
여성 법조인들이 대법원 '유리천장'을 깨려는 노력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여성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천장은 두껍고 견고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법관 자리에 오른 여성은 전체 대법관 152명 중 7명에 불과하다. 여성 대법관이 처음 등장한 건 2004년이었다. "여성과 소수자 보호를 위한 시대적 요청"이라는 이유를 붙여서 김영란 전 대법관을 임명하면서다. 해방 이후 60년 가까이 돼서야 천장에 작은 틈이 생겼다.
여성 대법관 4인 시대가 처음 열린 건 2018년이다. 기간은 짧았다. 노정희 대법관이 새로 임명된 2018년 8월부터 김소영 전 대법관이 퇴임한 11월까지 3개월에 불과했다. 오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면 기간이 좀 더 늘어난다. 박정화 대법관이 퇴임하는 2023년 7월까지 여성 대법관 4명이 활동하게 된다.
여성 대법관들은 사회를 바꾸는 판결을 여럿 남겼다. 여성 1호인 김영란 전 대법관은 2007년 '이혼 때 양육은 자녀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 전 대법관은 2009년엔 대법관 중 유일하게 '성폭력 피해 아동 본인이 처벌 의사를 철회했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관 퇴임 후엔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내며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 초석을 만들었다.
비단 법조계뿐이 아니다. 공직 사회에서 여성 공무원이 늘고 있다지만 이곳 역시 유리천장은 여전하다.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지방자치단체 여성공무원 인사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6.6%에 달한다. 집계 이후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하지만 관리자급으로 좁히면 여전히 여성 몫은 현저히 적다. 지난해 지자체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은 20.8%뿐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주민등록 인구는 5183만명으로 이 가운데 50.1%가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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