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 전문가 인터뷰] 이희수 "美·中 관계 의식하지 말고 탈레반과 외교 수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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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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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한국에 특별히 적대감 없어"

  • "美 공백, 中이 채운다?···지나친 과장"

  • "탈레반, 위구르 문제 개입시 中급변"

  • "미·중 의식 말고 개별관계 수립해야"

  • "냉혹한 국익 입장서 색안경 버려야"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사진=한양대 제공]
 

"미·중 관계를 의식하기보다 탈레반과 개별적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게 낫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가 17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한국에 특별히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에 탈레반과의 외교 관계 수립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탈레반과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면 오히려 전후 복구사업, 아프간 진출 등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2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수니파 이슬람 무장 정치조직인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사실상 함락하며 아프간을 점령했다.

외교가에서는 아프간 내 미국의 공백을 중국이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한국 정부로서는 미·중 전략적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중국은 최근 탈레반과 밀접한 파키스탄 등과 손을 잡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이 교수는 "지나친 과장 같다"며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제국의 무덤'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느냐. 탈레반은 무엇보다도 중국, 러시아 등 제국이 (내정에) 개입하는 것을 선천적으로 견디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탈레반은 미국도 싫어하지만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국제적 이슈로 부상한 중국의 신장(新疆) 위구르 지역 내 무슬림 탄압 문제를 거론했다.

이 교수는 "(같은 무슬림인) 탈레반이 신장 위구르 문제에 개입하면 중국 입장도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다"며 "전후 복구 과정에서 중국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아프간 진출도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인 탈레반이 신장 위구르 지역 내 무슬림에 대한 지원을 희망할 것으로 점쳐지며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이 교수는 한국의 향후 대(對) 아프간 외교 방향에 대해 "탈레반이 '나쁜 정권'이기는 하지만 국제사회 개방과 외국인 투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는 냉혹한 국익의 입장에서 '나쁜 정권'이라는 색안경을 버리고 가는 게 낫다"고 밝혔다.

이어 "(탈레반이) 이왕에 집권한 실세 정부라면 한국은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국익을 만들어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며 "물론 우리도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여성인권 탄압과 반민주 체제에는 반대한다는 보조를 같이하겠지만 개별적인 소통채널 창구를 풀가동해서 아프간 전후 복구에 대한 참여 기회를 늘리는 게 낫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까지도 아프간에 체류 중이었던 교민 1명과 공관원 3명은 이날 오전 9시경 카불공항을 통해 아프간에서 철수, 중동 제3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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