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3232억원을 순매도하며 8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 9일 2031억원 순매도를 시작으로 △10일 6375억원 △11일 1조6214억원 △12일 1조8841억원 △13일 2조6969억원 △17일 4164억원 △18일 2622억원 등을 순매도했다. 8거래일 동안 순매도한 금액은 총 8조468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고 있는 배경에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자리한다. 델타변이가 촉발한 코로나19 대유행이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제동을 걸면서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국 증시를 팔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이퍼링이 임박한 점도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 투자비중을 축소시킬 수 있는 악재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FOMC 회의 의사록에는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는 FOMC 위원들의 견해가 기록됐다.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가 연초 전망 대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다. 일부 위원들은 연내 테이퍼링 시행을 통해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이 앞으로도 '조' 단위로 한국 증시를 매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또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 현상을 의미하는 '탠트럼'을 고려했을 때도 5조원 규모의 추가 매도가 전망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7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외국인의 코스피 지분율 중요 분기점이 31%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13일(31.56%) 기준으로 추가 순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약 5조원의 매도가 나올수 있음을 대비해야 하는 셈"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현재 외국인 매도의 주요 배경이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과 테이퍼링 경계감임을 고려하면 2013년 버냉키 탠트럼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당시 버냉키 탠트럼 직후 외국인은 한달간 코스피에서 약 5조원을 순매도했다. 당시와 유사한 수준을 가정하면 역시 5조원 규모의 추가 매도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에 따른 코스피 단기 급락은 곧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여타 신흥국 대비 지나치게 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터키의 통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고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가파른 인도네시아의 경우 환율 및 주식시장 변동성이 한국보다 안정적"이라며 "견조한 기업이익 등을 감안하면 코스피는 단기 급락이 진정되며 재차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