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민정협의체 띄웠지만 '독소조항' 그대로...언론중재법 '부작용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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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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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언중법 개정안 상정 미루고 합의체 구성키로

  •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독소조항 빠질지 '미지수'

  • 文대통령 "환영...협의 통해 국민 공감대 마련되길"

  • 원안 통과시 대선 정국 여야 후보 검증 어려울 듯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위한 협의체 구성, 9월 27일 본회의 상정 등의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가운데는 박병석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여온 끝에 민정협의체 구성에 우선 합의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오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양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한 달 정도 미루는 대신 양당 의원 각 2명과 각자 추천한 언론계 및 관계 전문가 2명씩으로 구성되는 협의체를 꾸려 법안 관련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달 27일 국회 본회의 개의까지 그간 정치권과 언론계 등에서 독소조항으로 꼽아온 △인터넷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허위보도에 대한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허위·조작 보도임을 추정하는 고의 중과실 요건 등의 존폐가 갈릴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조항에 대한 여당 내부 강경파 의견이 공고한 반면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자체를 폐기할 것을 주장, 파국은 피했지만 결국 한 달 뒤로 시점만 연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하기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회적 소통과 열린 협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가운데 법안 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는 크게 다섯 가지가 꼽히는 상황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언론중재법 등 현안 논의를 위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배석했다. [사진=연합뉴스]

①'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없다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개정안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이다.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서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자에서 고위 공직자와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인원 등은 제외했다. 그러나 언론의 감시 대상에 공무원과 정치인 등이 아닌 일반인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최서원(최순실)씨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등에 대한 보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 대선 정국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변호사비 대납 및 낙하산 인사 채용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에 대한 의혹 보도가 거듭되는 상황이지만 언론중재법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②추가 증언 부른 '미투' 보도 불가능

정치권에서는 또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라는 문구로 인해 피해자의 폭로 또는 일부 자료만으로 의혹을 보도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최초 피해자의 폭로가 다른 피해자들의 추가 증언을 부른 미투 보도 등은 검경의 수사 및 재판 등으로 사실 여부가 판가름나기 이전에 법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을 구체적인 사실 확인 없이 거듭 제기하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보도조차 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③검경 수사 앞선 '언론 검증' 원천 차단

민주당은 또 '제목 또는 전체적인 맥락상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 '언론보도 등의 내용이 개인의 신체, 신념, 성적(性的)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그 밖에 언론보도 등의 내용이 인격권을 계속 침해하는 경우' 등에 대해 인터넷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을 마련했다.

보도된 의혹 내용의 사실 여부가 재판 등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인터넷상에서 해당 보도 자체를 볼 수 없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 보도 내용이 나중에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보도 당시 온라인상 노출이 어려워 여론의 관심에서 밀릴 확률이 높다.

대선을 앞두고 여러 후보에 대한 의혹 검증이 시급하지만 언론의 검증 기능 자체가 원천 차단되는 셈이다.

④'가짜뉴스 집합소' 1인 미디어 아예 빠져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또 다른 맹점으로는 가짜뉴스 발생과 확산을 막겠다는 게 법안의 근본적인 취지임에도, 갖은 음모론이 게시되는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법안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한 달간 논의하기로 했지만 법안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독소조항에 대해서는 타협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역시 SNS 게시글을 통해 "독소조항을 살라미로 제거한들, 언론중재법 자체가 독소다. 생선 살 발라낸다고 뼈가 어디 가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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