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막자" 전환가액 '상향 리픽싱' 도입 앞두고 CB 발행 1.8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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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9-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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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 내릴 땐 전환가액 하향 오를 땐 상향 안해

  • 작전 등 활용 주식수 늘며 기존 주주들은 피해

  • 상향 리픽싱 9월 의무화 앞두고 CB 발행 급증

  • 예탁원 집계 5~8월 총 3.7조원…작년比 1.8조↑

  • 문제는 실발행 예탁원 수치보다 100건 더 많아

[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주가가 오르면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도 의무적으로 올리는 'CB 전환가액 상향 의무화' 도입을 예고한 뒤 전환사채 발행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8월 말까지 예탁원을 통해 전자발행된 CB 규모는 총 3조7166억원 규모다. 총 181개 법인에서 205차례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동안 98개 법인이 119차례에 걸쳐 1조9513억원의 CB를 발행했다. CB 발행 액수와 횟수, 발행회사수 모두 크게 증가했다.

이 기간 실제로 발행된 CB는 예탁원에 집계된 것보다 많다. 예탁원에는 전자발행을 통해 예탁원에 등록한 CB만 집계되기 때문이다. 실물로 발행된 CB는 예탁원 집계에서는 빠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해 5월 이후 지금까지 공시된 전환사채 발행공시는 총 305건으로 예탁원에 등록된 수치보다 100건이 더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자공시된 CB발행은 총 179건으로 예탁원 집계보다 60건이 더 많다.

CB 발행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개정된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제도가 담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CB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게 줄어든다. 금융위는 관련 제도 도입 이후에 발행되는 CB에만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어서 그 전에 CB를 발행하려는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CB는 채권에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옵션이 붙어있는 상품이다. CB를 사들인 투자자는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한 뒤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발행사 입장에서는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되는 효과도 있다.

단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좋을 일이 없다. 전환사채 발행 자체도 부채를 늘리다보니 해당 종목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이고, 주식으로 전환되면 주가도 희석된다.

더 큰 문제는 주가가 출렁일 때다. 발행사는 발행 당시 주가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하는 기준인 '전환가액'을 주가가 떨어지면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주가가 오를 경우 올리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대부분의 발행사는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액을 낮췄다. 문제는 이후 다시 주가가 올라도 이를 상향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CB를 매입한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져 전환가액이 낮아진 뒤 향후 주가가 오르면 낮아진 전환가액을 기준으로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싼 가격에 대량의 주식이 풀리니 기존 주주들은 손해를 입지만, CB를 매입한 투자자는 저가매수를 기회를 잡아 큰 이익을 거둔다.

특히 일반적인 증자와는 달리 CB는 대부분 주주배정이나 공모를 하지 않고 기관투자자나 대주주 등이 발행회사와 사모로 발행한다. '음지'에서 발행과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불공정 거래 세력 등에 의해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CB를 발행한 뒤 일부러 악재성 정보를 흘려 주가를 떨어트리는 불법 시세조정을 통해 대량의 주식을 저가로 취득하는 수법이다.

이에 금융위는 개정안에 CB의 주식전환 조건에 하락조정이 포함된다면 하락조정 후 주가가 오르면 발행 당시의 전환가액까지 전환가액을 다시 상향 조정하는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지난 5월 3일 밝혔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현재 CB 발행사는 주가가 1만원 선일 때 전환가액도 1만원 수준에 맞춰 CB를 발행한다. 이후 주가가 5000원 선으로 떨어지면 전환가액도 5000원으로 낮춘다. 문제는 이후 주가가 1만원을 회복해도 전환가액은 그대로 5000원이다. CB 투자자는 전환가액 5000원을 기준으로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단번에 50%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문제는 기존 주주들로서는 전환되는 물량폭탄에 피해를 입는다. 이를 행오버라고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가가 회복하면 전환가액을 다시 1만으로 올려야 한다. 하향조정에 의해 주가하락 시에도 이익실현 가능성을 보장받는다면, 주가회복으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그 피해를 기존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 의결과 법제처, 규제개혁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9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는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CB는 유상증자나 대출이 어려운 중견 중소기업이 주로 발행하는데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 자금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의 순기능도 좋지만 제도를 악용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며 "제도 도입을 앞두고 CB 발행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해당 종목 투자자들로서는 주의 깊게 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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