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드라마 D.P.가 보여주는 우리사회의 방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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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기자
입력 2021-09-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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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세월이 흐르면 기억은 희미해지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점차 잊힌다. 힘겹게 보냈던 군대 시절 이야기도 20년쯤 지나면 아픈 기억은 감추고, 좋은 추억만을 되살린다. 서넛이 모여 이야기하면 무용담마저 늘어놓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디피(Deserter Pursuit)는 그렇게 숨겨 왔던 아픈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디피는 헌병대 근무이탈 체포조(디피)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디피 출신인 김보통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을 통해서 탈영병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필자는 1990년대 후반 사병으로 군복무를 하였다. 당시에는 훈련소에서부터 이미 훈련병들의 자살, 탈영 소식을 들었다. 자대 배치를 받은 후에도 누군가 탈영했다는 소식을 간간이, 어떨 때는 꽤 자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옆 소대의 심각한 구타행위를 들었고 직접 보았다. 직접 겪기도 했지만 더 심각한 행위의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안도하였다.

드라마 디피에서는 괴롭힘으로 자살한 탈영병 신우석의 납골당에서 주인공 안준호가 신우석의 누나를 우연히 만난다. 신우석이 누구보다 착했다고 말하는 안준호에게 누나는 묻는다. "그런데 그렇게 착하고 성실한 애가 괴롭힘당할 때 왜 보고만 있었냐"라고.

드라마는 모두가 방관자라고 말한다. 필자도 그랬고, 극히 소수를 제외하면 모두가 방관자였다. 드라마 막바지의 방관자 에피소드는 그래서 보는 이의 가슴을 더 후벼 판다. 우리 사회에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 그런 심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우석 누나의 말처럼 목격자가 보고만 있지 않았다면, 만약 누군가 가혹행위 사실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렸더라면, 우리가 방관자가 아니었다면, 그것이 일상적이었다면, 군대가 그렇게 가혹한 공간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1990년대에도 군부대 생활관에는 가혹행위를 비밀리에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소원수리함'이라는 것이 있었다. 화장실이나 복도 한구석에 쪽지를 넣을 수 있는 함이 있고, 간부가 주기적으로 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소원수리함이 제 기능을 하려면 신고자의 비밀유지와 신변보호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소원수리함은 비밀유지는 물론 신변보호도 되지 않았다. 그 사실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어쩌다 누군가 소원수리함에 쪽지를 넣으면 그 내용은 금세 알려져 해당 소대에서는 푸닥거리를 했기 때문이다.

방관자의 문제는 군대 내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사 영역을 불문하고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비리행위 등은 먼저 내부자들에 의해 목격된다. 하지만 그것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방관자가 되지 않았을 때 겪게 될 고통이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방관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가 두고 있는 '소원수리함'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부패방지권익위법'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등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누구든지 공익신고를 할 수 있고, 공직자에게는 공익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공익신고자의 비밀을 보장하고 신변보호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있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은 특정범죄에 관한 형사절차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그 범죄신고자 등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범죄신고자 등에 대한 불이익 처우를 금지하고, 신고자 등의 신변안전조치, 범죄신고자 등에 대한 형의 감면 등을 담고 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누구든지 부패행위를 신고할 수 있고, 공직자에게는 다른 공직자의 부패행위를 신고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 신고자에게 신고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신고자는 보장 등 조치, 신변보호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드라마 디피는 지금의 우리는 방관자가 아닌지 되묻게 한다. 우리 사회가 두고 있는, 방관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보완할 좋은 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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