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통화정책 정상화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그에 따른 기대감이 한국과 미국 간 금리차(내외금리차)를 확대시켜 외국인 채권자금 순유입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9일 한국은행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내외금리차 확대가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지난 2005년 이후 한·미 금리차가 크게 확대된 시기에 외국인 채권자금이 순유입됐고, 그 규모도 내외금리차 확대기를 제외한 시기를 크게 넘어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된 것으로 언급된 대표적 시기는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년 9월~2008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기 상승기(2010년 7월~2012년 7월), 미국 통화정책 완화기(2018년 11월~2020년 5월) 등 총 세 차례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확대된 시기에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요인 및 주체는 저마다 달랐다. 우선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에는 차익거래유인의 큰 폭 확대로 인해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상업은행, 투자회사, 증권회사 등 민간자금이 큰 폭으로 순유입됐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기 상승기에는 환율 하락(원화 강세), 양호한 국내경제여건 등에 따라 중장기 시계로 자금을 운용하는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 공공자금이 국내채권에 대한 투자를 주도했다. 반면, 내외금리차 확대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달러화 자금사정 등으로 차익거래유인이 낮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민간자금은 순유출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마지막 미 통화정책 완화기에는 우리나라의 양호한 기초경제여건, 높은 금리수준 등으로 공공자금이 안전 투자처이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국내채권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됐고, 차익거래유인이 확대된 시기를 중심으로 민간자금도 상당폭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의 실증 분석 결과 이같은 내외금리차 확대는 해당 시점의 내외금리차 역전 여부에 따라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입에도 차이를 보였다. 우선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은 시기에는 유의미하게 외국인 채권자금의 순유입이 이뤄졌으나 반대로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은 시점에서는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또 미국 금리 하락으로 인해 내외금리차가 벌어진 경우에는 국내 금리 상승으로 인한 경우보다 유입되는 외국인 채권자금 규모가 더 크고 유입기간도 더 긴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은 다만 한미 금리차가 국내 금리 상승 때문인 경우에는 미국 금리 하락에 의한 경우보다는 외국인 채권자금의 유입세가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봤다. 미국 금리 하락에 따른 내외금리차 시기보다 외국인 채권 순유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측은 "민간부문 외국인 채권투자는 내외금리차 확대기에도 차익거래 유인에 따라 자금유출입이 변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 차익거래 유인이 낮아질 경우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압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코로나19 전개 양상, 주요국 및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를 포함한 외환부문의 리스크 요인의 변화, 글로벌 위험선호 성향, 가격변수의 움직임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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