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실소유주 측이 기소된 지 2개월 여만에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모습을 연출해 재판부의 경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허선아·류희상·신예슬 부장판사)는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45)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전 의장은 나오지 않았다.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김모 BK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를 제안하며, '빗썸코인(BXA)'을 발행해 빗썸에 상장시키겠다고 속여 약 1120억원의 계약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후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의 말만 믿고 BXA를 선판매해 확보한 대금을 빗썸 지분 매수 자금으로 일부 사용했지만, BXA가 빗썸에 상장되지 않아 김 회장의 빗썸 인수가 무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이 전 의장 변호인은 "기록 검토가 미진해 기일 연장을 신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의장 측의) 입장이라도 말하라"고 했지만 이 전 의장의 변호인은 "(혐의를)부인한다"고만 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은 7월 초에 기소됐고 피고인이 충분히 검토할 기회를 주기 위해 법원에서 기일을 여유 있게 지정했다"며 "피고인이 이런 식으로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하면 절대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도 "공판준비기일이 두 달 전에 정해졌는데 피고인이 아무런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고 공판 준비기일이 임박해서야 변호인을 교체하고 기일 변경을 신청해 노골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모습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김 회장 개인이 1000억원대 피해를 입기도 했고, 30여명이 당한 200억원 피해도 있다"며 "그로 인해 투자자 등이 김 회장 여동생을 납치하려다 실패한 극단적인 사건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고인은 국내 재산 은닉과 외국 시민권을 취득해 도피하려고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7월 초에 기소됐고 피고인이 충분히 검토할 기회를 주기 위해 법원에서 기일을 여유 있게 지정했다"며 "피고인이 이런 식으로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하면 절대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기소 후 시간이 많이 지나 공소사실과 증거에 대한 이씨 측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기로 했다.
오는 11월 8일 오후 2시 첫 정식 공판기일을 열고 피해자 BK그룹 회장 김씨를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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