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의 끝이 슬슬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4)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을 앞두고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달 들어 매출이 조금씩 오르는 등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며 “연말 대목도 있으니 심야 영업을 하면 이전만큼 회복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1일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년 가까이 영업시간 제한을 받아온 외식업 자영업자 사이에선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종별 영업제한 차이로 인해 형평성 시비가 불거지는 등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된다. 사적모임은 수도권의 경우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10명까지, 비수도권은 12명까지 허용된다. 다만 식당과 카페에서 미접종자는 4명까지만 모임에 포함될 수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에서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방역 체계가 전환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생존 절벽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이 이번 영업시간 제한 해제로 다시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수도권 밤 10시, 비수도권 밤 12시면 문을 닫아야 했던 식당과 카페는 영업시간 제한 완화에 들뜬 분위기다. 실제로 직장가나 번화가에 위치한 음식점과 술집에는 저녁 단체 예약 문의가 증가했고,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심야시간대 근무할 직원을 찾는 채용공고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비중을 늘리며 매출을 방어해온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위드 코로나 이후 배달 매출이 줄어드는 일종의 풍선효과를 걱정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배달전문 야식집을 하는 김모씨(38)는 “이달 들어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배달대행업체와 기사들도 콜(주문)이 없다고 울상”이라며 “번화가 술집은 홀(매장) 장사로 바쁘다는데 배달전문점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건가”라고 하소연했다.
은평구에서 24시 국밥집을 하는 업주는 “당장 예전처럼 24시 영업으로 전환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여전히 감염 위험이 남아 있고 예전만큼 늦게까지 술을 먹지 않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나. 새벽에 손님들이 얼마나 올지 몰라 며칠 문을 열고 지켜본 뒤 직원을 찾거나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위드 코로나 시행 계획을 두고 유흥시설 업종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클럽·나이트·단란주점·콜라텍 등 유흥시설은 이전까지 집합금지 대상이었으나 이날부터 밤 12시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영업시간 제한이 완전히 풀린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조영육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경기도지회장은 “유흥업소가 정부 방역조치에 따라 문을 닫는 동안 노래연습장에서는 불법으로 접객원(도우미)을 고용하고 주류를 판매하며 손님을 빼앗았다”며 “당장 문을 연다고 해도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다. 밤 12시까지 제한되면 노래방에 가지, 유흥업소에 오겠는가”라고 반발했다.
유흥시설을 비롯해 실내체육시설, 목욕업 등에 ‘백신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도입된 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2일마다 음성확인서를 끊어야 하는 불편이 있어 아쉽다”며 “향후 단계적 개편으로 해제되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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