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文 만난 교황 “한반도 평화 기도…한국인들, 항상 내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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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이탈리아)=김봉철 기자
입력 2021-10-3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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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만에 단독 면담…북한과 대화 노력 지속 당부

  • 文 “다시 만나 기쁘다”…교황 “언제든 다시 오시라”

29일(현지시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항상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 이탈리아 교황청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로마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전했다.

교황은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평화를 위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고, 교황은 매우 친근한 화법으로 “언제든지 다시 오십시오(ritorna)”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방문 때 파롤린 국무원장님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해 주시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노력을 축복해 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한국 천주교회가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적극 협조했으며, 기후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황은 “천주교계가 한국 사회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하며, 나는 한국인들을 늘 내 마음속에 담고 다닌다”면서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인사를 전해 달라”고 말했다.

또한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님이라는 큰 선물을 한국에서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코로나 격리로 인해 만남을 함께하지는 못했는데, 대통령께 애정을 담은 인사를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교황청은 북한 주민의 어려움에 대해 언제든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과 교황은 단독 면담에 이어 수행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서로 선물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을 녹여서 만든 십자가를 선물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렬한 열망의 기도를 담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주최로 산티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의 십자가 136개는 1953년 휴전 후 서로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의 68년을 더한 것으로, 두 개의 68년이 하나로 합쳐져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취지와 제작과정을 담은 USB도 함께 전달했다.

교황은 문 대통령을 위해 교황청 공방에서 제작한, 수세기 전 성 베드로 광장의 모습을 담은 기념패와 코로나19로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기도를 한 사진과 기도문이 담긴 책자를 선물했다.

이에 김정숙 여사는 “텅 빈 광장에서 기도하시는 모습이 가슴 아팠다”고 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설적으로 그때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광장이 꽉 찬 적이 없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수행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9년’이 라틴어로 새겨진 황동기념메달을 선물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철조망 전시 행사 격려사에서 “여러분 한번 상상해 보라”면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이 철거되고 남북한 전쟁이 영원히 끝난다면, 그곳에는 남북한을 묶는 국제기구들의 사무실이 그쪽에 위치하고, 유엔의 평화기구들이 그쪽에 들어서고, 남북 연락사무소가 들어서고 함으로써 지금 철조망으로 가득 찬 DMZ는 그야말로 국제 평화지대로 변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 전시는 다음달 7일까지 산티냐시오 성당에서 진행된다.

DMZ 철조망을 십자가로 부활시킨 이번 전시는 몰타기사단 한국대표를 맡고 있는 박용만(세례명 ‘실바노’) 대한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이 기획했다.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가 십자가 작품 제작을 맡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이 다시 시작되기를 바란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아냈다.

박 이사장은 전시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쟁은 멈춘 지 오래됐지만 남북 대립과 갈등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우리는 생각하면서 살아왔다”면서 “그런 우리의 생각과 시선을 조금을 바꿔보고자 하는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평화의 십자가는 더욱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남북한을 하나로 묶는 250㎞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수없이 많은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면서 “철조망에는 아주 날카로운 가시들이 촘촘하게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오고 갈 수 없다는 극지의 선이면서 적대와 대립의 상징이 철조망”이라며 “우리 정부 들어서 남북한의 대화가 이뤄지고, 군사합의가 이뤄지고,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를 함으로써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많이 완화되고 그만큼 평화가 점진됐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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