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책사, 엡스타인에 "프란치스코 교황 몰락시키자" 모의

  • CNN "2019년 메시지서 클린턴·시진핑·EU도 거론"...바티칸 측 "신앙의 도구화 시도"

프란치스코 전 교황 사진EPA연합뉴스
프란치스코 전 교황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야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이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프란치스코 전 교황의 권위를 실추시키려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9년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교황뿐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유럽연합(EU)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미 법무부의 '엡스타인 파일'에는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2019년 6월 엡스타인에게 보낸 메시지가 포함됐다. CNN은 해당 메시지에서 배넌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밝히고, 이어 "클린턴, 시진핑, 유럽연합(EU)"을 함께 거론하며 이들을 무너뜨리자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배넌은 2008년 아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엡스타인이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기 직전까지도 그와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배넌이 엡스타인의 법적·이미지 회복을 돕는 방안을 논의해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민족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이주민 보호를 강조해왔다. 이는 배넌이 주창해온 '주권주의' 노선과 충돌하는 지점으로 평가된다. 배넌은 2018년 영국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을 "경멸받아 마땅한 인물"이라고 표현하며 "초국가적 엘리트"의 편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이탈리아 부총리였던 극우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에게 교황을 "공격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 배넌은 엡스타인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2019년 출간된 책 '바티칸의 침실'을 언급하며 영화화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는 해당 책의 저자와 판권 계약 등을 협의한 뒤 엡스타인에게 "당신이 '바티칸의 침실' 영화의 제작 총괄"이라고 전했다. 이 책은 바티칸 성직자 상당수가 동성애자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두 사람은 교황을 조롱하는 메시지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티칸이 '포퓰리즘적 민족주의'를 규탄한다는 기사를 배넌이 공유하자, 엡스타인은 존 밀턴의 작품 '실낙원' 중 사탄의 구절인 "천국에서 시중드느니, 지옥에서 다스리는 편이 낫지"를 인용해 답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의 측근이었던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CNN에 "배넌의 메시지는 전략적 목적을 위해 영적 권위와 정치적 힘을 결합하려는 욕망을 보여준다"며 교황은 이런 결합에 저항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메시지들은 단순한 적대감을 넘어 신앙을 무기로 도구화하려는 시도를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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