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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분기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약세를 보인 삼성전자의 방향성을 탐색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하반기 업황 반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할 것으로 진단했다. 또 위드 코로나 시행에 따른 긴축과 금리인상 기조가 삼성전자 등 대형주에 호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27%(900원) 내린 6만98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6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4일 이후 처음이다. 15일 7만원대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10거래일 동안 7만원대에 머물렀으나 역대 최고 실적을 확정 지은 다음 날 '6만전자'로 추락한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3분기 연결 기준 실적으로 매출 73조9800억원과 영업이익 15조8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48%, 28.04% 증가한 수치로 매출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7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배경에는 메모리 업황 둔화 우려가 자리한다. 지난 30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10월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0.39달러 내린 3.71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새 제품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PC용 D램 가격 하락세가 2022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중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비메모리와 부품의 공급 부족으로 예상치 못했던 주문량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D램과 NAND의 가격 하락 폭이 당초 예상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황 우려가 깊어지면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꾸준히 순매도하는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 2조523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도 떠나간 외국인의 투심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부문 사업 계획을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며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과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주도권을 쟁탈하기 위한 치킨게임보다는 수익성 위주 운영을 통해 어려운 업황을 헤쳐나가겠다는 발언이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이번 컨퍼런스콜을 통해 치킨게임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며 "이를 통해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가 바닥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세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다른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 축소 언급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여전히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고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급 차질 이슈는 4분기가 정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후 전방 주문이 확대되면 주가가 랠리에 돌입할 것"이라며 "공급망 차질 완화로 전방 재고가 소화될 것으로 보이는 시점은 내년 1분기"라고 덧붙였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세계 각국의 위드 코로나가 자연스러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안정적인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인상은 삼성전자 등 대형주 주가의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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