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의 e경영]⑨ “임직원 100명일 때 미리 500명 될 조직 로드맵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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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11-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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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현직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공개 방송을 통해 자신의 경영론을 펼친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금주의 클래스e' 특강을 통해서다. 본지 아주경제신문은 10월 18일부터 11월 4일까지 매주 월~목 방영하는 그의 특강을 방송 익일 지상중계한다. 재계 1위 삼성전자의 '초격차' 정신을 다져온 권 고문의 경영 철학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혜안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지속할 수 있는 조직을 운영하려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미리 조직의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상임고문은 지난 1일 방영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2TV ‘클래스e’ 특강에서 짜임새 있는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무엇보다 “큰 목표를 가지고 조직도를 만들고 거기에 사람을 채워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조직을 구성할 때 꼭 필요한 분야에 사람이 없는데 부서를 만들지 않는다”며 “사람이 없을 때, 어느 한 사람을 어느 부서에 대충 밀어 넣고 일을 맡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권 상임고문은 이를 경찰서장이 국방부에서 일하는 것에 빗댔다. 그는 “경찰서장을 국방부에 보내고 겸직을 시키면 안 된다”라며 “그것은 말만 겸직일 뿐 실제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국방부는 국방부 장관이 맡고, 경찰서장은 경찰청을 만들어 일을 해야 맞다”고 설명했다. 결국 필요한 부서를 먼저 만들고 조직 구성을 한 뒤, 사람을 채워넣는 것이 순리라는 뜻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클래스e'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EBS2 방송 갈무리]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조직을 만들 때 단기적으로 생각하는데, 특히 스타트업이 그렇다”라며 “조직 구성은 지금은 100명일 때 500명을 갈 수 있다고 고려하고, 미리 조직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래야 미리 머릿속에서 조직을 키워갈 수 있다는 뜻이다. 권 상임고문은 “많은 기업가가 상황이 닥쳐서 조직을 만들고, 그다음에 사람을 찾는다”라며 “항상 미래를 고려한 장기적인 조직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한 “태크스포스(TF)도 1년이나 2년까지 운영하면 그것은 진정한 TF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TF가 그렇게 장기적으로 운영되면 정규조직화해야 한다”며 “이는 조직 구성을 잘못한 사례로 필요한 요건을 못 갖춘 셈”이라고 꼬집었다.

권 상임고문은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공개했다. 그는 “국내 기업에는 사일로(Silo, 부서 이기주의)가 너무 많다”라며 “사일로가 생기면 갈등이 생기는데, 제가 하는 방법은 부서장을 한 군데 오래 두지 않고 3~5년마다 바꾼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을 제조 라인에 10년 두면 제조의 왕이 되고, 개발 부문에 10년 있으면 개발의 왕이 된다”면서 “왕끼리는 절대 교류를 안하는 법이라, 부하직원끼리도 소통하지 않고 조직의 의사결정이 느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일로가 생기는 이유로 그는 국내 기업 특유의 ‘순혈주의’를 문제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회사에서는 너는 입사 몇 기냐, 어디 지역 출신이냐 등등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다"라며 “이는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권 상임고문은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계를 움직이는 혁신 인재들이 대거 모여드는 것은 순혈주의가 아닌 ‘혼혈주의’ 조직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는 약간의 혼혈주의가 생겨서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기업을 성장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3A’를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세 가지는 △Agile(민첩한) △Adaptive(적응하는) △Audacious(대담한)를 뜻한다. 그는 이런 요건을 갖춘 인재를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인 조직을 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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