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이 4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연일 악화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는 549명을 기록하며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코로나19 사태 사상 처음으로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하는 비상계획, 이른바 '서킷 브레이크' 발동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는 현재 직면한 확산세와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일반 진료를 포함한 의료 대응 체계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3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전날보다 34명 급증한 54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역대 최다 위중증 환자 기록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2699명이 발생했다. 최근 1주일(11.17~11.23) 신규 누적 확진자 수는 2만1371명으로 집계돼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3053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주일 평균 3000명을 넘어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병상 배정 대기자는 사상 최대였던 전날(907명)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환자 입원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수도권 1일 이상 병상 배정 대기자는 836명이다. 대기 기간 별로 1일 이상 319명, 2일 이상 257명, 3일 이상 138명이다. 대기자 중 70세 이상 고령자는 404명, 고혈압·당뇨 등 기타 질환자는 425명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80% 내외를 기록하며 병상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3.3%(694개 중 578명 사용)로 전날과 같았다. 수도권에 남은 중환자 병상은 서울 54개, 경기 49개, 인천 13개 등 총 116개뿐이다.
이에 정부는 현재와 같이 유행 상황이 엄중해질 경우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을 일시 중단하는 비상계획을 포함한 방역 조치 강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이 상황이 계속 엄중해진다면 비상계획을 비롯한 여러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의료 여력이 부족한 수도권에만 비상계획을 발동하거나 사적모임 인원·영업 시간을 제한하는 등 방역수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현재 당장 비상계획을 조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확산세가 장기간 지속할 경우 코로나19 환자 대응은 물론 일반 환자 대응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와 같은 유행세가 지속할 경우 병상 배정을 대기하고 있는 분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태가 늘어날 것"이라며 "코로나19 외 호흡기 환자 중에서도 병원에 가지 못해 일부는 폐렴으로 악화되면서 고통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교수는 "당장 재택치료 기준을 50세 미만으로 낮추고 60세 이상이거나 기저질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병원을 만들고 항체 치료제를 적극 활용한 초기 치료를 해야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미 발생한 위중증 환자의 경우 컨벤션 센터나 체육관을 이용해 수용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각 대학병원 감염병 분과 전문의를 1~2명씩만 차출해서 20명 정도면 해당 시설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으로 이 같은 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며 "현재 위기가 계속된다면 중환자 병상에서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분들이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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