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세우기] 변화 맞은 감사원·인권위 '독립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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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12-0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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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수장들, 기관 독립성·정치적 중립성 강조

  • "미래 사회 변화에 앞장설 것"…각오 남달라

올 하반기 새 수장을 맞이한 감사원과 국가인권위원회에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등이 강조된다. 특히 감사원은 전임 최재형 원장이 중도 사퇴 후 대선주자로 변신했던 터라 더욱 이목을 끈다.

인권위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위해 '무료 변론'을 해줬다는 논란올 딛고 송두환 신임 위원장이 자리에 오른 데 이어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이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에 명시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실현,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소명 실천에 독립성이 특히 요구된다.

◆최재해 원장 "원칙·기준따라 엄정히 감사···미래 방향도 제시"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11월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12일 최재해 신임 감사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았다. 최재형 전 원장이 사퇴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이후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최 원장은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강조했다.

최 원장은 행정고시(28회) 출신으로 감사원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제1사무차장, 감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1963년 감사원 개원 이후 내부 승진으로 원장에 오른 첫 사례다. 감사원장 임기는 4년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최 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공직기강 확립과 적극행정 강화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최 원장은 오랜 기간 감사원에서 근무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 "공무원들은 선례가 없거나 규정이 불분명한 경우 감사원 감사를 걱정해 적극행정을 주저할 수 있으니 지원을 강화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조는 취임식까지 이어졌다. 최 원장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불편부당의 자세로 엄정히 감사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감사 결과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부 공직자들의 일탈행위로 훼손된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자 그동안 감사 사각지대에 있던 기관에 대해 정기감사를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직사회 기강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다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헌법·법률이 부여한 기본임무인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에 있어 '핵심'에 집중하고 '일관된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는 감사의 절차적 정당성과 전문성 확보를 전제로 한다.

그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는 감사 결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며 "상대방 방어권을 철저히 보호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감사대상 업무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 변화에 대한 지식도 넓혀 종합적인 분석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 원장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국민의 시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감사원'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 중 미래 준비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고감사기구 핵심 역할로 '미래 위험에 대한 예측'을 제시하면서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한 감사원 대응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미래 위험 요인을 찾아 해야 할 일과 방향을 제시하는 감사에도 역랑을 쏟겠다"고 말했다.

◆"미래 인권위 존재·역할 더 중요···시대적 과제 앞장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권위에도 독립성 강화와 위상 제고가 요구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인권위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독립된 국가인권기구로서 인권위의 의미를 되새기고,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지금은 독립적인 인권위가 있다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많은 인권단체와 운동가들의 치열한 노력 위에서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룬 소중한 결실"이라며 "저도 당시 인권위 설립을 위해 노력한 한 사람으로서 20주년에 대한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민감하게 생각되던 인권문제에 대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며 인권위 성과를 치하했다. 다만, 안주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문 대통령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권 개념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며 "개인 자유와 권리가 부딪히는 경우도 늘어 전 세계는 차별과 배제,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속 격차 문제에 우려를 표하며 "앞으로 인권위의 존재와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대화와 타협으로 공감을 이끌고 모두의 인권을 조화롭게 높여나가기 위해 특별히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인권위 위상을 높이고자 인권위법 제29조에 의한 인권위원장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정례화했다. 각 부처에는 인권위 권고 사항에 대한 수용률을 높이도록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드는 일에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설립된 20년 전 평화적 정권 교체로 정치적 자유가 크게 신장됐지만, 인권국가라고 말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게 문 대통령 판단이다.

특히 "사회경제적 인권 보장에 부족함이 많았다”며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 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기구법(인권위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은 지난 2007년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폐기된 후 14년 동안 발의·폐기가 반복돼 왔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2017년 대선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 약속을 유보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송 위원장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국민 인권의 버팀목으로 끝내 남을 수 있도록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며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외부와 소통·협력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시대적 과제를 찾아내 앞장서서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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