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소년 백신 접종을 자율에 맡겼다가 이를 사실상 강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두 달여 만에 손바닥 뒤집 듯 입장이 바뀐데다, 납득할 만한 설명까지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을 강행하자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감염예방 방법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며 “소아·청소년 접종에 적극 참여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내년 2월부터 식당·카페·학원·도서관·독서실 등을 이용하는 만 12~18세 청소년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정부 방침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자율 접종’이 사실상 강제로 바뀐 이유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서울학부모연합회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청소년 방역 패스 도입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아이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의 불통 행정을 당장 중단하라”며 “설명과 소통의 과정 없이 다급하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백신패스 도입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의 ‘방역 패스 도입 반대 청와대 청원’은 지난 8일 기준 32만4000여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인은 “부스터샷 요구하고, 청소년 방역패스 요구하고, 이제는 식당·카페까지 확대해서 국민들의 식생활까지 침해하려고 할 바에는 차라리 더 안전성이 높고 검증된 백신과 검증된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더 정성을 들이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며 “하루 확진자수 증가한다고 해서 무조건 방역 패스만 확대하려는 데 온 생각을 다 하고 있는 이 정부, 참 무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방역 패스를 광범위하게 실시하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본다”면서도 “방역 패스 설정 기준에 대한 일관성과 근거가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예컨대 학교는 방역 패스를 적용하지 않고 학원은 적용하는데, 방역 패스를 실시하는 곳이 특별히 더 위험하다는 과학적, 통계적 근거가 따라줘야 한다”며 “이런 근거가 없으니 일관성이 떨어지고, 학부모나 학생들과의 입장과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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