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eye] 어제는 親노동, 오늘은 親기업...가치관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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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수습기자
입력 202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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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이사제' 대해 한노총서 "12월 입법 추진" 대한상의에선 "한번 지켜보자"

  • "준비·체계 없어 나타나는 현상"vs"'슬로건' 성격 강한 대선 공약, 당연한 모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선 친(親)노동 저기선 친기업, 철학의 빈곤을 어찌 할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행보와 공약이 연일 갈팡질팡하고 있다. 기업 옥죄기의 끝판왕인 '노동이사제 찬성' 하루 만에 '기업 살리기'를 외친 게 대표적이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제도다. 노동계와 중도층 표심에 손짓하려다가 엇박자 정책을 쏟아낸 것이다. 원칙과 가치 중심의 정책보다는 '표만 되면 뭐든 한다'는 기승전·표(票)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찾아 "기업인들이 외국의 어느 기업과 경쟁하더라도 '정부 때문에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날 한국노총을 찾은 자리에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공무원·교원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타임오프)를 약속했다.

윤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해관계자 이니셔티브(우선권)를 굉장히 중시하고 있다"며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제가 '규제개혁'이다. 모래주머니를 좀 빼줘서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규제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장은 무조건 중요하다. 기업이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민간이 알아서 하게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나 공무원은 자기 일을 그냥 하는 것이지 (정부가) 어떻게 해야 기업이 성장하고, 고용이 창출되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전날 노동계 인사들과 만나 '친(親) 노동계' 발언을 쏟아낸 것과 정반대로 기업인들에게 '친기업' 발언을 쏟아낸 셈이다.

윤 후보 측은 전날 한국노총을 찾아 이달 내 입법을 약속했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섰다.

앞서 김병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대변인은 전날 한국노총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타임오프제(노조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면제)와 노동이사제에 관한 문제는 임이자 직능총괄본부장 등이 관련된 내용을 입법 추진할 예정"이라며 "그간 노동이사제 전면 도입은 당에서도 다소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 내용은 윤 후보뿐만 아니라 당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대한상의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나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추진하면서, 시행하면서 또 그때 가서 한번 판단하고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재계가 어떤 걸 우려하시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공약이 상황과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 탓에 국정 운영에 대한 원칙이 보이지 않아 '공(空)약'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원칙이 없어 논란이 일 때마다 정책의 방향성이 달라지는 탓에 공약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시각은 엇갈렸다. 원칙이 없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대선 정국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는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준비나 체계가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상황에 적응을 못 하고 표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때에 따라서 왔다 갔다 얘기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공약이라는 건 후보자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슬로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본다면 역대 대통령 그 누구도 할 말이 없다"며 "여기 가서는 좋고 저기 가서도 좋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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