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한 달 간격으로 ‘잡탕밥’이라는 단어를 썼다.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비판하면서다. 외부 인사 영입이 무원칙, 마구잡이식이라는 거다.
윤 후보가 20일 진보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정치인 신지예씨를 선대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하자 홍준표 의원은 “잡탕밥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인 국민의힘이 이도 저도 아닌 잡탕이 됐다는 비아냥이다.
꼭 한 달 전인 11월 20일에도 당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한 윤석열 대선후보의 이른바 ‘3김(金)선대위’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었다. “잡탕밥도 찾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홍 의원이 얘기한 ‘잡탕밥’은 틀린 표현이다. 주재료와 소스 모두 잡탕밥에는 ‘기본’이 있고, 이를 어기면 잡탕밥이 아닌 이상한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따지면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는 단일 메뉴다. 메뉴를 바꾸지 않는 한 신씨를 영입한 국민의힘은 잡탕밥이 아닌 정체불명의 괴음식이 된다. 일부에서는 신씨 영입을 ‘일베(극우적 남성중심주의)와 메갈(남성혐오적 극단적 페미니즘)의 결합’이라고 비난할 정도니까.
▶4용(龍)이 잡탕밥을 만들어 보면 알 텐 데, 중국 음식은 강한 화력과 웍(중국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우묵한 프라이팬)이 필요해 집에서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이 가장 간단한 ‘혼합’ 음식인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배우자에게 대접해 보면 좋겠다.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맛을 내는 '음식 대통합'의 최고는 비빔밥이지만 쉽게 만들 수 없다. 샐러드는 뚝딱 만드는 쉬운 음식일 뿐 아니라 다양성의 통합을 상징한다.
샐러드는 각종 야채와 토핑(샐러드 위에 올리는 고기, 해물, 견과류), 드레싱(소스)을 조합하면 수 십, 수 백 개의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쌈 야채 남은 거에 고기 종류나 아몬드, 땅콩, 시리얼 중에서 있는 거 토핑하고 케첩과 마요네즈 섞어서 잘 비비면 훌륭한 음식이 된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네 대선 후보들은 이도 저도 아닌, 못 먹을 잡탕밥 말고 샐러드 혹은 겉절이 김치를 만들어 보라. 샐러드에 까나리액젓 넣을 생각은 못할 거다. 아무리 요리를 몰라도 겉절이에 케첩을 넣지는 않을 터.
대선 캠프에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도 그렇다. 샐러드나 겉절이 만들었던 과정을 생각하면 잡탕 논란은 일어나지 않을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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