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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도 손주 입양 가능 첫 판결...법조계 "입양제도 취지 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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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1-12-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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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점을 판단했어야...파기 환송"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부모가 가정법원의 입양 요건 등을 갖춘다면 손주를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미성년인 손주의 친생부모가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경우 입양 요건을 갖춘 조부모에게 입양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로 해당 가족은 할아버지가 아버지로, 부모는 형과 누나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지만 대법원은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더 부합한다면 입양 허가 청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3일 A씨 등 2명이 "미성년자 입양허가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사건의 상고심에서 A씨의 외손자 입양을 불허한 원심 결정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하기 위해 요건을 갖추고 자녀의 복리에 해당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면서도 "양부모·자녀·친부모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에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민법 867조는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양육 상황, 입양 동기, 양부모 양육 능력 등 고려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A씨 등은 2018년 손자인 B군을 입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가정법원에 요청했다. A씨 부부는 "손자가 친부모와 교류가 없고 자신들을 부모로 알고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친부모도 손자를 입양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1심은 "사건 본인의 친부모가 살아 있어 재항고인들이 사건 본인을 입양하면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 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된다"며 "장래 사건 본인이 진실을 알게 돼 받을 충격을 고려하면 정확히 알리는 것이 사건 본인에게도 이롭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결정을 인용해 A씨 부부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날 대법 전원합의체는 "조부모가 손주의 입양 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관 다수는 "입양으로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 관계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어도 입양이 사건 본인에게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해야 한다"며 "원심은 가사조사 등을 통해 입양이 사건 본인에게 도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비교해 이익을 판단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수의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이들은 "친생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열악하고 양육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부모가 부모를 대체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법조계는 '입양 제도의 취지에 맞는 판결'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조부모가 직접 입양을 해 해당 자녀를 돌보고 관리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일이기 때문에 입양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체적 사정에 대한 심리나 고려 없이 가족 내부 질서나 정체성 혼란, 현재 양육에 지장이 없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해선 안 된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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