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에 박차를 가하는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은 없다며 선을 그었던 유럽중앙은행(ECB)도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유로존 1월 인플레이션에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3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정말 달라졌다"면서 "유로존의 물가 상승이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앞서 지난해 12월 예상보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신흥국들은 이미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금리 조정에 들어갔다. 신흥국들보다 더 안정된 국가인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20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러시아 역시 지난해 12월 7번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4년래 최고 수준으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긴축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인 브라질의 중앙은행은 지난 3일 지난해 이후 세 번째로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각국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JP모건체이스 경제학자들은 금리를 인상한 국가들이 크게 늘어 전 세계 평균 금리가 올해 말까지 2% 수준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블룸버그는 5일 밝혔다. 이들은 현재 금리를 인상한 국가들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5%를 차지하고 있지만, 4월까지 이 비율은 절반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이어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도입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주요 7개국(G7)들의 대차대조표 합계가 올해 중반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입안자들이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고 있지만, 긴축 정책의 정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는 정책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에 의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강력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JP모건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이 줄어들고, 오미크론 변이가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서비스업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임금과 물가가 서로의 상승세를 이끌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급망 차질 등 통화 정책 외에도 여러 요소가 물가를 높이고 있는 만큼, 섣불리 긴축 정책으로 돌아설 경우 오히려 경제 회복이 둔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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