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미국이 새로운 인도-태평양 경제 체제(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IPEF)를 통해 디지털 무역, 공급망 개선, 친환경 기술 등과 관련해 우호국들과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자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세부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체제 발표는 지난 2017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면서 대아시아 전략에 간극이 생긴 가운데, 이를 개선하는 한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세라 비앙키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최근 무역 컨퍼런스에서 이러한 체제가 "몇 주 내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해 온 반면 미국은 국내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2017년 TPP를 탈퇴한 이후 지역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경제 전략은 세우지 못했다. 역내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비판에 미국은 지난해에는 호주, 영국과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인도, 일본, 호주와는 쿼드(Quad) 협력체를 출범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안보 협력체로, 미국은 이번 체제를 통해 안보 협력체를 넘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동아시아회담에서 처음으로 인도-태평양 경제 체제에 대해 언급한 이후, 이 체제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세력을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체제에서 무역 상대국들에게 관세 철폐나 다른 전통적인 시장 개방 수단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미국 노동단체와 양당 의원들 모두가 미국의 일자리와 제조업을 희생해야 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WSJ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미국 시장에 농산물 및 공산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관세 철폐 등의 시장 조치가 없으면 이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외교·경제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조치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새로운 경제 체제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와 같이 이미 비슷한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있는 부유한 동맹국들과의 또 다른 모임이 되는 것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통상 관료 출신인 빌 라인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진짜 문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을 체제에 포함시킬 방법"이라며 "이러한 국가들은 관망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CSIS는 지난달 발표한 '인도·태평양 경제 체제' 관련 보고서에서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시아 경제국들의 참여가 체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라 로젠버거 중국 담당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국장은 "이번 체제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장기적으로 중국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려면 통행 규칙을 정하는데 있어 미국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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