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93%' 화이트팜, 순익 대부분 다시 백병원·최대주주에 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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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원·장하은 기자
입력 2022-03-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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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전경. [사진=백병원]

국세청이 화이트팜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백병원이 과반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화이트팜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화이트팜이 설립 후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 약 90%가 배당을 통해 최대주주인 송암아이앤디와 인제학원(백병원)에 흘러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이트팜은 지난 2016년 4월 설립 후 기존 성산약품이 가지고 있었던 백병원에 대한 의약품 납품권을 넘겨받고 단기간에 급성장한 회사다.

2일 화이트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지분은 2020년 말 현재 송암아이앤디가 51%,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49%(보통주 26%, 우선주 23%)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매출은 1642억원, 영업이익은 133억원, 당기순이익은 103억원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송암아이앤디는 부동산 개발·공급업체로 화이트팜 공동 대표인 김극수·조찬휘씨 등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문제는 화이트팜은 매출 대부분을 백병원에 의존하고 있는 회사로 그 수익 구조와 배분 과정에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인제대 부속 병원(백병원)은 2021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에 화이트팜과 1697억원에 달하는 매입 거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백병원이 같은 기간 약품비, 진료재료비 등 재료비 명목으로 지출한 3883억원의 43.7%에 달하는 규모다. 

백병원과 화이트팜 간 내부거래는 화이트팜 감사보고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화이트팜은 지난 2020년 매출 1642억원을 올렸는데 이 중 1535억원을 인제학원에서 거둬들였다. 이는 화이트팜 전체 매출 중 93.5%에 달하는 규모다. 

백병원을 운영하는 인제학원은 화이트팜 설립 후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배당수익을 화이트팜 측에서 벌어들이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화이트팜은 지난 2017년 27억5000만원, 2018년 110억원, 2019년 90억원, 2020년 95억원 등 4년간 322억5000만원을 최대주주인 송암아이앤디와 인제학원에 배당했다. 

또 4년간 화이트팜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359억5000만원임을 감안할 때 배당성향은 무려 89.7%에 달한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 비율로, 화이트팜 순이익 중 약 90%가 최대주주인 송암아이앤디와 인제학원에 지급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화이트팜은 이 기간 총 배당액(322억5000만원) 중 보통주에 195억3000만원, 우선주에 127억2000만원을 배당했다. 인제학원의 우선주 지분을 감안할 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인제학원이 가져간 배당금 수익은 화이트팜 배당액 중 절반이 넘는 약 1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화이트팜은 이익 중 대부분을 인제학원(백병원)과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후 그 이익 중 상당 부분을 배당을 활용해 인제학원에 다시 이전하는 구조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백병원이 화이트팜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가능했던 이유로 약사법의 허점을 지적한다. 

약사법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의료기관이 법인일 때에는 그 임원 및 직원) 또는 약국 개설자는 의약품 도매상 법인의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백병원은 화이트팜에 대해 50%에 불과 1% 모자란 49%로 지분을 맞춰 두 법인 간 독점적 납품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백병원이 약사법의 맹점을 이용해 사실상 직영 도매인 화이트팜을 편법 설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화이트팜은 설립 후 백병원에 대한 의약품 납품권을 독점하면서 성산약품을 통해 백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던 일부 도도매 업체들에 과도한 마진을 요구해 마찰을 빚었다. 업계에서는 백병원에 대한 의약품 납품 독점 권한을 이용한 일종의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부울경의약품유통업회는 "직영도매 편법 설립은 건전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로 국가적으로도 약제비 부담을 늘려 건강보험재정 손실을 가져오는 등 문제점을 양산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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