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안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올라 5개월째 3%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물가가 올랐고 원재료비가 오르면서 개인서비스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2월 수입물가지수는 137.34(2015년 수준 100)로 지난 1월(132.67)보다 3.5%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9.4% 오른 수치다. 수입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지난 18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를 통해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상 등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이 개시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영향으로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심화했다"며 "원자재·금융시장 변동성이 증가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회복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던 1월 그린북 진단과 다른 평가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셋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132.8원 오른 리터(ℓ)당 1994.4원으로 집계됐다. 2012년 10월 넷째주(2003.76원)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 가격이다.
특히 이번 주 상승 폭은 2008년 오피넷에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휘발유 주간 평균 가격은 ℓ당 1990원대지만 일간 가격은 지난 15일(2000.95원) 이미 2000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앞으로다. 3월에도 이러한 물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와 환율 인상 등 현재 처해 있는 악재들은 단기간에 개선 또는 해결될 요인들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여전히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 3월에도 고물가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여러 국제적 여건이 수출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 부분을 예의 주시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치인 3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식은 기존에 적용 중인 20% 세율에 더해 10%를 추가하는 방식과 현행 인하 세율을 배제하고 법정세율 ℓ당 475원을 기준으로 30% 할인을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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