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김진오 경제부국장, 정리=안선영 기자]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정책 오류를 거듭 인정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지난 5년간 핵심 정책기조인 소주성을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이다.
홍 원장은 28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최저임금 정책은 주휴수당 제도개선, 근로장려금 확충 등 시장에서의 수용성을 높이는 보완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소주성은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소비가 증대돼 경제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 성장에 따른 임금 인상 등의 낙수효과보다 근로자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여 경제성장을 유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가 처음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이유 역시 가계소득 증대와 소득격차 완화로 내수시장을 증진해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추구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소주성으로 소득격차 완화…보완대책은 필요"
홍 원장은 "소주성은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등 시장소득 개선대책과 근로장려금 확충, 기초연금 인상 등 공적이전소득 강화대책을 통해 2018~2019년 경기 하강국면과 2020년 코로나19 위기 발발 등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가계소득을 지키고 소득격차와 양극화를 완화하는 성과를 보였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2017~2020년 소득격차가 완화됐음은 공식적인 소득분배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가계소득 증가와 소득격차 완화는 내수 회복의 중요한 실마리였으며 성장률 하락 방어와 경제회복에 기여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경상소득은 문 정부 첫해인 2017년 5478만원에서 △2018년 5705만원 △2019년 5828만원 △2020년 5924만원으로 매년 상승세를 기록했다.
자산 불균형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니계수 역시 2017년 0.354에서 2020년 0.331로 0.023포인트 떨어졌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의미하는 지표로, 숫자가 낮을수록 소득 분배가 균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득 격차는 보다 완화됐지만,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고용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시장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빈곤층의 생활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긍정적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지불능력이 취약한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측면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높은 물가로 경제 부담 가중…"유류세 추가 인하해야"
최근의 물가 상승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유류세 추가 인하를 꼽았다. 일부 원료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전체 생산 공정이 멈출 수 있는 만큼 최선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 원장은 "대외환경으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쉽지 않다"면서 "높은 물가가 지속된다면 유류세를 지금보다 더 인하하고 취약계층에 유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정부는 역대 최대 폭인 20%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최대 30%까지 인하가 가능하다. 정부는 다음 달 초까지 유가 상황을 모니터링한 뒤 유류세 인하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핵심 원료에 대한 수급을 면밀히 점검하고,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런 대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의 물가 급등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면서도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부를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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