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 재초환...성급한 폐지는 없을 것
원 후보자는 이날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정책은 한쪽의 요구와 입장만을 갖고 정할 수 없는 만큼 정책 공급자, 결정자 입장에서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새 정부가 공약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폐지론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약자가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보호장치라는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절차적 문제점, 시장 부작용은 공감하지만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기존에 보였던 규제 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재건축·재개발 노후도 1호 공약 될까...추진 의지가 관건
원 후보자는 대표적인 친시장적 인물로 평가되지만 이날 발언을 두고 업계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그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 현 정부의 숙원인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보다는 집값을 하향 안정화하는 소극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실제 임대차 3법 폐지,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1주택자 세율 인하 등은 국회 동의가 필요해 조속한 추진이 쉽지 않다.
때문에 새 정부 부동산 1호 정책으로는 재건축 노후도 기준 완화가 꼽힌다. 앞서 원 후보자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재건축 연한 30년' 등을 폐지하는 주택공급 확대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아파트 재건축 걸림돌인 안전진단 기준과 30년으로 묶인 재건축 연한을 폐지하고, 재개발 노후도 기준(30년 넘은 건물의 수가 전체 3분의2 이상 및 연면적 60% 충족)을 폐지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면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게 원 후보자의 부동산 철학이다. 모두 대통령령과 국토부 소관이라 국회 동의 없이 행정조치만으로도 추진 가능하다.
앞서 그는 "재개발·재건축을 묶어 놓고 찔끔찔끔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 어렵다"며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 우려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자의 부동산 정책 브랜드인 '반반주택' 추진도 관심거리다. 반반주택은 생애 첫 주택을 구매할 때 정부가 집값의 50%를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해당 금액을 정부가 공동투자하기 때문에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소유주와 국가가 반반 나눠 갖는다. 새 정부가 공급할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 집 등에 이와 같은 구상이 녹아들 가능성이 높다.
원 후보자는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을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다"고 했다면서 "국민의 뜻과 새 정부의 정치적인 의지가 잘 융합돼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