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공식 취임했다. 향후 4년간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이끌게 된 이 총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됐다. 국내 경제가 ‘고물가’와 ‘저성장’이라는 상충되는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기준금리 조정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이창용 신임 총재는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이 신임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금융·통화정책 최일선에 서게 돼 벅찬 감회가 있지만 주어진 책무와 기대 등으로 어깨가 무겁다"면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통위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최적의 정책을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 신임 총재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한은의 최우선 과제로는 '물가안정'이 꼽힌다. 지난달 기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여년 만에 4%대로 올랐다. 이 총재는 이 같은 물가 상승세가 향후 1~2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물가안정 차원에서 과감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절한 균형점 찾기가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연착륙도 배제할 수 없는 이슈다. 이창용 신임 총재는 “(가계부채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부채가 많이 증가된 상황이기 때문에 시그널(신호)을 줘서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의 이 같은 긴축정책이 차주들의 이자부담 가중과 부실 리스크 확대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 역시 운용의 묘가 절실하다.
한편 시장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본격적인 긴축정책에 돌입한 가운데 올해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앞으로 몇 년간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할 것”이라면서 "인기가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며 '인플레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 총재는 특히 필요할 경우 0.25%포인트가 넘는 기준금리 인상, 이른바 '빅 스텝'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아직 빅스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빨리 올라갈지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균형적 관점에서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향후 정책 추이는 시장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사에서도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가 통화정책 운용을 더욱 제약하는 만큼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