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칩만 바라본 삼성 파운드리, 데이터 센터 놓치고 TSMC에 밀렸다

  • 올 1분기 삼성 파운드리 점유율 7.7%… 中 SMIC에 1.7%p 차이

  • 작년 매출 모바일 52%·HPC 21%로 시장 변화 못 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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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대만 TSMC에 왕좌를 내준 숨은 계기 중 하나로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반도체 기술이 뒤쳐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형 반도체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집중하면서 시장이 커지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수요를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향후 2~3년 내에 전 세계 파운드리 위탁생산량에서 데이터센터용칩 생산량이 기존 1위였던 모바일칩 생산량을 넘어설 전망이다. PC용칩 생산량은 이미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추락한 원인 중 하나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AI 및 HPC용 중앙처리장치·그래픽처리장치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 지목된다. TSMC가 AI·HPC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첨단 공정과 성숙 공정을 균형 있게 운용한 반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AP 중심의 파운드리 공정을 고수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7%로 전 분기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 대만 TSMC는 67.6%의 점유율로 0.5%p 상승했다. 삼성전자와는 60%p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첨단 미세 공정에 주력하면서도 성숙 공정 대응이나 범용 제품군 확보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모바일·HPC·차량용 반도체 등 각기 다른 사양이 요구되는 시장에서 고객 유치 및 대응력이 TSMC에 비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TSMC는 지난 2022년 1분기 HPC용 매출 비중이 41%로 스마트폰용의 40%를 앞지른 이래 지난해엔 HPC 51%, 스마트폰 35%로 HPC 중심 매출 구조로 이동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HPC 21%, 모바일 52%로 여전히 모바일 AP 중심 사업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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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AI·HPC 주도 하에 22% 성장하는 동안 삼성전자 매출은 전년 대비 11.3% 감소한 것도 이 같은 문제를 잘 설명해준다.

이에 삼성전자는 2028년까지 모바일 비중 33%, HPC 비중 32%로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섰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주 수입원인 모바일용 매출이 갤럭시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엑시노스'와 일부 퀄컴 칩셋으로, 다수가 자체 물량이라는 것에 한계를 인식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후면전력공급(BSPDN)을 적용한 2나노 공정 'SF2Z'도 2027년 도입해 1.4·2나노 양산 시점에서는 TSMC보다 더 많은 HPC 수주를 따내겠다는 목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3나노 공정 수율이 확보가 안되면서 고객사 신뢰를 잃은 문제였다"면서 "AI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비중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 유일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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