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연준이 3~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 패널로 참석해 물가 안정 목표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0.5%포인트 금리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빅 스텝' 금리 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금리 인상과 함께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에 나설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우리는 물가상승률을 다시 낮추기 위해 우리가 가진 수단을 쓸 것"이라고 언급했다. 코로나가 확산한 가운데 9조 달러(약 1경1396조70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난 대차대조표를 축소해 유동성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한 가운데 연준이 서둘러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를 바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준은 수동적인 대차대조표 축소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직접 채권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채권들이 만기를 맞았을 때 수익금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매도해 대차대조표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2월 연설을 통해 MBS를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안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차용인들이 새로운 대출로 넘어가기보다는 기존 대출을 연장하며, 만기가 돌아온 채권 판매를 통해서는 충분히 대차대조표를 줄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가 놀라운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연은 총재는 "예상보다 대담한 수준"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하면서 평가했다.
보유 자산 축소 규모 역시 이전에 비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이퍼샌들러의 경제학자들은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올해 6000억 달러, 내년에는 1조 달러 규모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연준은 3년에 걸쳐 3조 달러를 감축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2017년 당시 2년에 걸쳐 약 8000억 달러를 줄인 것에 비하면 매우 큰 규모다.
디디에 다셋 게브칼리서치 펀드매니저는 5월 회의부터 이루어질 양적 긴축 규모와 속도는 현재까지 통화정책에서 본 적이 없는 수준일 것이라고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예상하기도 했다.
한편 연준 외에 다른 국가들 역시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이 함께 이루어지며 급격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캐시 존스 찰스슈왑 수석 채권전략가는 "이미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으로 경기 침체가 나타날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3분기 양적 완화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영란은행은 이미 2월부터 만기가 도래한 국채의 재투자를 멈추기로 했다. 캐나다 중앙은행 역시 만기 도래한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방식을 통해 앞으로 2년간 보유 국채를 40% 줄이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주요 7개국(G7)이 2022년 남은 기간 동안 대차대조표를 약 4100억 달러 규모로 축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각국이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2조8000억 달러 규모로 대차대조표를 확대한 것을 고려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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