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2일 그간 미국 국채의 최대 매수세력이었던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난 미국 국채 공급을 흡수해 왔지만, 이번에는 도움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엔화 가치가 20년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가운데 미국 시장의 변동성 역시 확대되며 일본 투자자들이 환율 변동 위험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BMO캐피털마켓츠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3개월 동안 거의 600억 달러(약 75조 990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매도했다. 일본 투자자들의 총 국채 보유량 규모가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추후 매도가 늘어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매도에 나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엔화 약세가 확대된 가운데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한 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이 물가 잡기를 위해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시행하며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일본은행은 아직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양국간 금리차가 확대되며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계속해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세계 경제 상황을 짐작하기 어려운 것 역시 부담이다.
블룸버그는 환율 변동 보호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수익률이 1.55%포인트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가 확산하며 전 세계적으로 달러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한 2020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우라 에이치로 닛세이자산운용 채권 부문 총괄은 "헤지 비용이 미국 국채 투자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대신 유럽 국채에 투자할 수 있다. 유로화 환율 변동 위험을 막기 위한 비용은 1년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히구치 다츠야 미츠비시UFJ국제자산운용 수석 펀드 매니저는 "헤지 비용을 고려할 때 향후 6개월 정도는 유럽에 투자하는 것이 미국보다 낫다”며 "일본과의 금리차를 고려할 때 스페인, 이탈리아 또는 프랑스가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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