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4월 합산 35만819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2%에 이르는 비약적 증가를 이뤄냈다. 현대차는 16만5250대로 전년 대비 14.5%, 기아는 19만2947대로 전년 대비 23.5% 각각 증가했다. 이러한 신장세에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유럽 시장 합산 점유율은 9.8%를 기록하며 르노(8.4%), BMW(7.3%)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1위는 폭스바겐그룹(23.8%), 2위는 스텔란티스(19.0%)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두드러진다. 친환경차는 1~4월에만 5만465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했다. 지난해 5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는 누적 2만9346대를, 지난해 10월부터 판매한 ‘EV6’는 누적 1만9395대를 기록하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1분기에는 아일랜드와 스페인, 핀란드 등 유럽 3개국에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이러한 상승 기류를 이어간다면 유로7 규제에도 거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로7은 내연기관차 시대 마지막 규제로 불린다. 2025년까지 내연기관차가 분출하는 질소산화물을 0.12g/㎞에서 0.03g/㎞로 기존보다 4배나 감축해야 하며, 2025년 이후에는 0.01g/㎞까지 더 낮아진다.
다만 유로7에 대한 유럽 완성차 업계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유로7 수위 조절 가능성도 점쳐진다. 루카 데 메오 르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최한 미래차 콘퍼런스를 통해 유로7 도입으로 프랑스에서 일자리가 5만~7만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를로스 타바르스 스텔란티스 CEO도 유로7을 적용하는 2025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아시아 국가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유럽 완성차 산업 보호를 위한 유로7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리브 집세 BMW CEO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라며,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언급은 유로7이 수면 위에 떠오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확 달라진 시각이다. 당초 유로7은 유럽 완성차 업계에 유리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내연기관차 경쟁 우위를 앞세워 유로7이 전기차 전환을 위한 기술 고도화에 시간을 벌어주고, 경쟁사들의 내연기관차 시장 침탈을 막아주는 방어막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현대차와 기아 등 경쟁 업체들이 전기차로 두각을 보이자 유로7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비중이 높을수록 탄소 인센티브 혜택을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유로7은 전기차 경쟁력을 가진 완성차 업체들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유로7 정식 발표가 계속 늦춰지고 있는 것도 유럽 완성차 업계의 고민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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