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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와 코스닥이 20일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들의 무차별적인 투매가 이어진 20일, 코스피 2400선이 재차 무너지자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의 광적인 이탈 배경을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으나 확실한 원인을 짚기에는 더 면밀한 상황 파악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현재 투자심리가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임에도 여전히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투업계 일반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리스크 관리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는 충고가 잇달아 나온다.
외국인 셀코리아 8100억원 '폭풍투매'
이날 양대 시장(유가증권·코스닥)에서 외국인들은 각각 6654억원, 1483억원을 순매도하며 총 8137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피 지수는 2.04%가 빠졌고, 코스닥 지수도 3.60%가 밀렸다. 코스피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장중 5만8100원까지 밀리며 6만 전자 회복은커녕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 하락은 아시아 증시가 일시적으로 빠진 점을 고려하더라도 충격의 정도가 훨씬 심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와 상하이 종합지수가 보합권에서 등락을 나타낸 것과 크게 엇갈린 모습이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가 한때 1%가량 하락했지만 국내 지수 하락폭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또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는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선물지수가 상승 중인 것도 국내 증시 하락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선물지수는 플러스(+)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닛케이나 호주도 약보합 상태인데 유독 한국증시만 빠지고 있다”며 “투자 심리 자체가 불안하다 보니, 현재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시장 참여자들은 악재를 확대해석하고 있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北 핵실험·서버주문 감소 등 의견 분분
현재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들의 집단이탈을 두고 다양한 가설들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을 비롯해, HP와 델(Dell)의 서버 주문 감소에 따른 국내 반도체 업체 악영향,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 우려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휴장에 따른 아시아 증시에 대한 보수적 시각 강화도 거론된다. 또 그간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물량 우려, 수급 공백 등도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경우 북한의 핵실험 관련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 이날 동아일보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지난 17일(현지 시간) 가진 화상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주변 도로를 정비하고 있고, 이는 북한의 연쇄 핵실험의 징후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또한 시장에서는 JP모건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HP와 델의 서버 및 PC 주문이 줄면서 D램 업체의 이익이 감소할 것"이란 루머도 유통 중이다.
한지영 연구원은 “사실 어느 하나 명쾌하게 국내 증시 급락을 설명해주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현재의 매도세는 투매 그 이상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가상자산의 폭락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이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날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말에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변화를 보이자, 시장 일각에서는 그동안 유동성 공급으로 상승했던 품목들의 변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 여파로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2차전지, 반도체 등 그동안 시장의 화두였던 종목들에 대해 매물이 매물을 불러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공백 채울 수급 부재가 가장 문제
문제는 현재 외국인 이탈 공백을 채워줄 수급 세력의 부재다. 거래대금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이탈은 브레이크를 잃은 자동차와 같다. 서상영 연구원은 “여타 국가에 비해 한국 증시의 하락폭이 큰 요인은 수급 공백 영향이 큰 것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내적으로는 신용물량을 비롯한 현·선물 손절성 매물 출회와 파생시장에서 매도포지션이 강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률 극대화 전략 등 수급변수를 추정해 볼 수 있다”면서 “거래대금이 10조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러한 수급 변동성 확대 요인은 주식시장 변동성을 배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외국인들은 수급적 취약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이전보다 적은 매매규모로 시장에 영향력이 배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투자심리는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수준까지 후퇴된 상황이다. 반등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여전히 추가하락 우려는 잔존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민 연구원은 “단기 변곡점에 근접해 있다는 판단이지만, 그만큼 공포심리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당분간 2400선을 중심으로 심리와 수급 변동성에 의한 급등락 가능성이 높다. 추가 급락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은 떨어지는 칼날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해 추격 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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