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의 M&A] (27)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와 '딜레마' 쪼개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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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입력 2022-06-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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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국가는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소득을 높이고, 통화 유동성을 적절하게 관리하여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모든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공정한 분배가 실현될 수 있도록 경제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여 경제가 침체되거나, 인플레이션에 의해 물가 또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거나, 부의 왜곡 현상에 의해 빈부 격차가 커진다면 그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한 것이다. 경제는 균형 상태를 유지하기보다는 불균형 상태에서 인플레이션(Inflation), 디플레이션(Deflation),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등이 변동하며 순환하거나 성장해간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플레이션은 경기가 지나치게 좋아져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말하고, 디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로 인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하며,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데도 경기가 침체되어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경제 현상이 순환하지 못하고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 등이 장기간 지속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물가를 상승시키기도 하지만 경제 규모를 확대시키는 역할도 하며,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물가를 하락시키기도 하지만 경제 규모를 축소시키는 역할도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과잉 소비, 과잉 부채, 과잉공급 등에 의해 경제 규모가 과잉 확대된 경우에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에 발생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과잉공급에 의한 디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부채 규모 확대를 통한 과잉 소비를 조장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에 의존해 경제 규모가 확대되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한계에 도달하게 되면 경제 규모는 과잉 상태에서 수축하는 현상으로 과잉 경제의 버블이 꺼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경제 규모를 축소하기 때문에 도산하는 기업 숫자가 증가하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부실 채권 규모가 확대되어 금융기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며, 자산 가치가 폭락하면서 신용과 수요가 급격하게 하락하기 때문에 재고 상품이 넘쳐나며, 전체적인 기업 활동이 둔화되면서 생산·공급 규모가 축소되기 때문에 실업자들이 대폭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신용불량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경제 흐름이 마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거나 신용을 유지하고 있는 계층은 폭락한 자산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에 정부의 통화량 살포에 의해 경기가 회복되면 빈부 격차는 더욱 확대된다.

반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경제 규모가 확대되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들이 우후죽순 설립되거나 M&A가 활발하게 진행되며,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이익이 대폭 증가하고, 자산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상품 판매·회전 속도가 매우 빨라지게 된다. 또한 기업의 생산 증가 속도에 비해 가계의 소비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오늘날 전 세계 국가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이유는 기축통화국을 중심으로 대부분 국가들이 통화량을 무차별 살포하고, 보호무역주의와 전쟁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통화는 흘러 다니는 화폐를 말한다. 통화의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통화량의 공급을 어느 정도 축소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통화량은 대폭 증가했는데 통화의 유통 속도가 느려지면 통화 공급의 효과는 줄어들고 통화의 과잉공급에 따른 후유증이 누적된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통화량으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화의 유통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통화의 유통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금융정책과 시장의 조절 기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하다.

세계경제는 기축통화국들을 중심으로 통화 공급을 대규모로 확대하여 인플레이션에 기반한 경제성장을 상당 기간 지속해 왔다.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의한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 통화 공급을 과잉 확대한 측면도 있으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투기적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잉 수요를 일으키기 위해 통화량을 과잉공급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버블이 붕괴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발생하는 딜레마 내지 트릴레마가 발생하는 원인과 해결 방법을 쪼개기 전략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2010년대 이후 세계경제는 과잉공급, 과잉 소비, 과잉 유동성, 과잉 부채, 과잉 버블, 과잉 경제 규모, 과잉 자본 투자, 과잉 레버리지, 과잉 환경오염 등 모든 경제 요소들이 과잉 상태에서 불완전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코로나19, 보호무역주의 대두,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전쟁에 따른 시장 규모 축소와 규제, 공급망 붕괴 등으로 과잉공급 체계가 무너지며 정상적 불균형 상태로 회귀되는 과정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통화량 축소와 금리 인상 등의 정책, 한계 기업 및 가계의 몰락 등에 의해 과잉 수요가 어느 정도 무너지면서 균형을 이루겠지만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데 따른 후유증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따라서 3~5년 정도 일시적 스태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아마도 경제 규모가 30~40% 정도 축소된 후에 공급과 소비가 균형점을 찾아가면서 다시 회복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규모가 과잉으로 커져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버블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가가 폭등하는 인플레이션 측면과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디플레이션 측면을 쪼개서 단계적으로 정반합 원리(Principle of thesis, antithesis, synthesis)에 기반하여 관리해야 한다.

둘째로, 한국 경제는 국제무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100만명의 국제무역 및 해외시장 개척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국가 재정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무역을 중심축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무역은 아마추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국제무역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제무역은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들이 얽혀 있어 아마추어들이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국제무역 및 해외시장 개척 전문가들이다. 향후 한국 경제는 100만명의 국제무역 및 해외시장 개척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스태그플레이션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통화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에서 통화의 유통 속도를 조절하는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 현재 세계경제가 최악의 국면으로 가고 있는 이유는 과잉 수요와 과잉공급 그리고 과잉 부채에 의존하는 경제정책에 치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통화의 유통 속도를 조절하는 정책의 핵심은 자본투자시장 중심에서 실물경제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투자시장으로 유입된 통화는 자본시장에 버블을 형성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통화의 유통 속도와 범위가 한정되고, 재화를 특정 집단이 독점화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소득 격차는 물론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단점이 있다. 재화를 특정 집단이 독점하면 통화의 유통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 심각한 부의 편중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과잉공급과 과잉 수요에 대한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잉공급과 과잉 수요에 대한 대응 전략을 쪼개서 실행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공급 시스템 붕괴에 의한 과잉공급 체계가 무너지면서 물가 급등으로 과잉 소비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며, 이로 인한 경제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데 따른 일시적 현상에 대응하기보다는 과잉공급과 과잉 소비가 해소되는 균형점에서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적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하지만 국가 경제정책의 목표는 경제성장, 물가 안정, 공정한 분배 등 3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그래서 경제 환경에 따라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3가지가 동시에 발생하면 트릴레마(Trilemma)에 빠지고, 2가지가 동시에 발생하면 딜레마(Dilemma)에 빠지게 된다. 경제정책을 잘못 사용하면 경제는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성장, 물가 안정, 공정한 분배 등 공포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몰려온다고 해도 딜레마 쪼개기 전략을 통해 단계적으로 한 가지씩 해결해간다면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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